권위 대신 소통 대통령… "청와대 나와 광화문서 업무"
경제 문제는 일자리 늘리기·양극화 해소에 사활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는 ‘권력분점’ ‘탕평인사’ ‘통합과 화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 같은 국정운영 철학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들과 함께하는 대통령’ ‘제왕적 권력을 나누는 대통령’ ‘화합과 통합의 국민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권력독점으로 인한 폐쇄적 국정 운영과 결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취임 후 이낙연 전 전남지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데 이어 재선 의원인 임종석 전의원을 비서실장에 앉히고 비(非)검찰 출신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직제개편을 지시한 것도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탕평인사 원칙과 함께 ‘통합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한 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며 “2017년 5월10일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운동 기간 ‘정권교체’ 프레임으로 내걸었던 ‘적폐청산’ 대신 ‘통합과 공존’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언뜻 보기에 가치충돌로 비쳐질 수 있는 구시대 적폐청산과 국민화합은 따로 분리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각종 부조리와 부정부패, 비정상 국정운영 등 곳곳에 숨어있는 적폐적 요소를 제거해야 진정한 국민적 화합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탈권위를 선언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바탕에 깔고 있다. 취임 후 출근길에 국민과 스스럼없이 만나는 모습이나 비서동인 여민동에서 일상 업무를 처리하기로 하는 식으로 격식을 파괴하며 ‘소통모델’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첫 일정은 여야 정당 대표와 회동이었다. 선거 앙금을 털고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당·정·청만으로는 개혁법안마저 단독 처리가 불가능한 만큼 국회에 먼저를 손을 내민 것이다. 총리 및 각료 인준, 정부조직법 개편안, 핵심 개혁입법안 등 산적한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국회와의 협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수시로 협조를 요청하겠다며 ‘대야 밀월관계’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 보수·진보 갈등이 끝나야 한다”며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총리 후보자를 필두로 화합형 탕평인사를 펼칠 것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며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일부 특정지역 출신에 대한 편중적 배려를 지양하고, 고르게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야당과의 협치와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참모진 인선과 일부 정부 각료 인선에선 이 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대북관계를 포함한 미·중·일·러 주변 4강(强)을 대상으로 한 외교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숙제다. 문 대통령은 산적한 외교적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 인사를 조속히 끝내고 통합형 내각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못지않게 일자리 늘리기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시급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업무 지시로 ‘일자리 위원회’ 출범을 지시한 데 이어 비정규직 문제해결 의지를 보인 인천공항공사를 가장 먼저 찾은 이유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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