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트럼프 회담 '산 넘어 산'
역대 정부 중 가장 빠른 시기에 미국 방문…사드·방위비 분담 놓고 불협화음 우려도
[ 정인설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한 달 반 만인 다음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북핵 문제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역대 정부 중 가장 이른 시기에 미국을 첫 순방국으로 선택한 것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 없이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 대통령의 기본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달빛정책’으로 비유하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노선과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방위비 분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양국 간에 풀어야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균형외교와 자주국방 노선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이 다음달 있을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거친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핵 문제 공조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큰 이견은 없다. 이날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과 매슈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의 회동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인됐다. 두 사람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 즉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궁극적 목적이며 이를 위해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어 올바른 여건이 갖춰져야만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전제 조건도 달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양국 정상 간에 인식을 같이하고 북핵을 완전히 폐기할 수 있도록 공동방안을 추가로 모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 14일 신형 중장거리미사일(IRBM)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양국이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선 같은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대북 포용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와 엇박자를 낼 것이란 우려는 6월 말 정상회담을 통해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드와 방위비 분담금이 문제
사드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분위기는 다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에 “사드 문제를 차기 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어떤 형태로든 다시 들여다볼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2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도 “사드 배치 문제는 미국과 충분히 상의할 것을 약속한다”면서도 “한국 대선이라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환경영향평가나 청문회 같은 민주적 절차도 없이 서둘러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가 초기 가동에 들어간 만큼 철수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버트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의 분담금 적정성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014년 방위비 협상을 끝낸 한·미 양국은 5년마다 분담비 협상을 한다. 양국은 분담금 인상률 상한선을 4%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협상 때는 미국의 공세 속에 4% 제한선이 없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은 전체 주둔비의 절반가량인 9441억원을 미군 측에 지원했다. 사드 비용이 방위비 분담 협상과 패키지로 묶여 한꺼번에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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