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보급 15년 됐지만
여행·동물·아기 사진 등 앨범 찾는 사람 늘어
초기엔 200개 업체 난립…선점효과·혁신으로 살아남아
[ 이우상 기자 ]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사진을 인화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컴퓨터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 화면을 통해 언제든지 사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 곳곳에 있던 사진관도 대학 앞에서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진 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찍스는 연간 1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찍스는 디지털 사진과 포토북을 인화해 당일 배송해주는 업체다. 송정진 찍스 대표(사진)는 “디지털 사진이 편리하긴 하지만 잃어버리기 쉽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사진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앨범을 찾는 사람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 4월. 송 대표는 미국 셔터플라이 등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하고 전달해주는 서비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 찍스를 설립했다. 찍스가 설립되자마자 대기업을 포함해 200여 개사가 디지털 사진 인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필름 사진 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 업계에선 5000억원 규모 기존 시장이 디지털 사진 시장으로 대체되리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기존 필름 사진과 달리 디지털 사진은 인화를 할 필요성이 작았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자 업체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송 대표는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얻은 선점 효과와 당일 배송 서비스가 생존 비결”이라고 말했다.
찍스는 2006년부터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찍스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사진을 골라 전송하면 즉시 인화해 수도권은 배송료 1400원만 받고 퀵서비스로 인화된 사진을 보내줬다. 송 대표는 “배송 관련 비용을 찍스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주문량이 적으면 밑지는 장사가 될 판이었다”며 “하루에 수도권에서 주문이 500~1000건 들어온 덕분에 유지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진 인화 시장은 다시 주춤했다. 디지털 사진을 보기 위해 더 이상 컴퓨터가 필요 없어졌다. 송 대표는 스마트폰을 ‘적’으로 돌리는 대신 이용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바로 인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앱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으로 포토북(앨범)을 쉽게 꾸밀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포토북은 주문한 지 이틀이면 받아볼 수 있다.
인쇄 대신 은염인화 방식으로 사진을 인화하는 점도 경쟁사와 찍스의 차별점이다. 은염인화 방식은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하던 방식이다. 송 대표는 “은염인화 방식을 통해 훨씬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업계 1위를 지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행 사진, 아기 돌 사진 등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디지털 사진 인화 시장도 앞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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