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무싱거 하미꽈?(뭐 하는 거요?) 특급 셰프라멍 전복도 하나 못까서 으마떵 호리(어찌할꼬). 내가 1급 셰프네.”
지난 17일 제주시 귀덕2리 어촌계의 한수풀해녀학교. 35년차 베테랑 해녀 강주화 씨가 막 물에서 나와 전복을 손질하고 있는 비크람 가그 총괄셰프에게 큰 소리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가그 셰프는 두바이, 인도, 하와이, 영국 등 전 세계 5성급 호텔과 리조트의 총주방장 경력을 가진 요리사. 하지만 스킨스쿠버복을 입고 바다에서 직접 전복을 따와 돌 위에서 손질하기는 처음이다.
가그 외에도 폴란드에서 온 발효요리 전문가 알렉산더 바론 솔레츠44 오너셰프, 15년째 미슐랭 1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라카파나디에라클리오의 마리아 송치니 오너셰프, 한국 최초의 미슐랭 별을 받은 유현수 두레유 셰프, 2007년부터 서울에서 불가리아 레스토랑 젤렌을 운영하는 미카엘 아쉬미노프 셰프 등 다국적 셰프 2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은 제주 식재료를 알리고 음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열리는 대규모 미식 축제다.
셰프들은 해녀복을 입고 물에 들어가 성게, 전복, 문어, 뿔소라 등을 따왔다. 송치니 오너셰프는 “전복은 이탈리아에서도 귀한 식재료인데, 이렇게 직접 채취하고 야외에서 먹는 건 난생처음”이라면서 “제주 5일장에서도 봤지만 해산물과 채소 등 제주의 식재료 수준은 최상급”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에는 서귀포시 본태박물관 야외 정원에서 제주 향토음식 명인 1호인 김지순 낭푼밥상 대표의 8가지 제주 향토 음식을 맛보는 ‘테이스트 오브 제주’가 이어졌다. 다음 날엔 제주 식재료를 활용한 콜라보 요리 시연회가 열렸다.
제주 유명 식당에서 특별 메뉴를 선보이는 ‘제주고메위크’와 가든 디너, 갈라 디너가 열리는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본행사는 20일까지 열린다. 정문선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 이사장은 “음식은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며 “제주가 미식문화관광의 중심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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