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트럼프 탄핵 리스크'

입력 2017-05-18 18:39   수정 2017-05-1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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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일본 증시 '휘청'…달러화 미국 대선 이전 수준 급락

달러값 급락…6개월내 최저치로
안전자산 투자 크게 늘어…국채·금값 줄줄이 급등



[ 뉴욕=이심기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이 ‘트럼프 탄핵 위기’라는 복병을 만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78% 하락한 20,606.93까지 밀렸다. S&P500지수는 1.82% 내린 2357.03으로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지난해 9월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6011.24에 거래를 마친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최대 하락폭(2.57%)을 기록했다.

미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를 수용한 게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캔들 관련 기밀 유출과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측근에 대한 FBI 수사 중단 요구로 사법 절차 방해 의혹을 받고 있다. 사법 절차 방해는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월가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46% 폭등했다. 유럽 증시에서 범(汎)유럽 스톡스600지수가 1.20% 떨어진 것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18일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각각 1.32%, 0.46%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0.27%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0.6%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6원20전 오른 달러당 1124원50전에 마감했다.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JP모간은 17일(현지시간) 투자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둘러싼 정치적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탄핵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잭 애블린 BMO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증시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이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증시 낙관론자인 제러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도 CNBC에 나와 “감세 등 세제개편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공화당의 의제”라며 “탄핵 논란이 이들 의제까지 무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월가 트레이더들은 미국 증시 비중을 줄이고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6% 급락한 97.4까지 밀렸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을 성장시키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약속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미 국채,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이날 미 국채수익률(10년물 기준)은 0.11%포인트 하락한 연 2.22%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1일 이후 최저다. 채권 금리 하락은 가격 상승을 뜻한다. 뉴욕상품거래소 금 선물(6월물) 가격도 1.8% 급등한 온스당 1258.70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최고치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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