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계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 중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불과했다. 반면 고령 가구의 의료비 비중은 15.3%에 달했다. 특히 저소득 가구의 경우 의료비 절대금액은 고소득 가구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전체 소비지출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고소득 가구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의료비는 이처럼 경제적,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 중병에 대한 대비는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된다. 한국인은 암, 심장, 뇌혈관질환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47.1%에 이른다. 특히 암에 걸리면 환자 중 절반은 고용 상태가 변한다. 국가 암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만족도 조사(2013)에 따르면 암진단 후 휴직하는 경우가 11.4%, 실직하는 경우가 84.1%였다. 따라서 이젠 의료비 외에도 질병을 치료하는 기간의 생활비까지 고려해 노후 의료비 마련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치료비와 생활비를 보장해주는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중증질환에 걸리면 치료과정에서 큰 목돈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발병 후에도 한참을 더 살게 된다. 이때 치명적 질병(CI) 보험이 있으면 병원비에 치료기간의 생활비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장기요양에 대한 간병 준비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CI보험에 장기간병(LTC) 보험까지 함께 준비해두면 노년에 혼자 살아야 할 상황이 생겨도 한결 부담이 줄어든다.
‘나작굴서(羅雀堀鼠· 그물로 참새를 잡고 땅을 파서 쥐를 잡는다)’란 사자성어가 있다. 최악의 상태에 이르러 어찌할 방법이 없는 상태를 비유한 말이다. 나이 들어 병 들고 돈까지 없는 나작굴서의 상태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서둘러 필요한 준비를 시작하자. 앞으로 내가 어떤 질병에 걸릴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나이가 들면서 의료비가 점점 더 늘어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100세 시대에는 무엇보다 노후의료비 준비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윤필경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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