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의 섬' 지정 12주년 맞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 초청
"80개 나라 5000여명 참가해 한반도 평화의 고리 단단히 할 것"
[ 김서윤 기자 ] “제주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환경의 보물섬’이면서 ‘제주 4·3사건’과 같은 냉전의 아픈 역사도 안고 있습니다. 제주는 상처와 갈등의 역사를 뛰어넘어 화해와 상생을 구현하는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사진)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을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건강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논의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지 12주년 되는 해다. 제주는 1991년 한·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 평화의 산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원 지사는 “최근 신냉전과 반(反)세계화의 바람,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국가·지역·세대 간 양극화를 극복하고 평화의 고리가 더욱 단단해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주포럼’은 오는 31일부터 6월2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제주포럼은 국내외 정치 경제 전문가 5000여 명이 참석해 세계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로 ‘한국의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린다.
올해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개막식과 특별세션 기조연설자로 초청해 시대적 화두인 기후변화에 대해 짚어본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창설 50주년을 기념한 세션과 북한 인권 세션도 마련했다. 중국 외교·안보 전문가와 함께 미래 전략도 제시한다.
이 밖에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전 몽골 대통령, 아니발 카바코 실바 전 포르투갈 대통령, 한국계인 장뱅상 플라세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 등을 초청해 국제사회의 화합과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원 지사는 “1회 포럼은 5개 세션으로 구성됐고 9개국 360명이 참가했는데 올해는 75개 세션, 80개국 5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적·질적으로 큰 성장을 했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비핵화 남북 협력과 동북아 집단 안보, 평화와 교류에 관해 특화할 계획이다.
원 지사는 취임 후부터 ‘제주다움’을 강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는 3년간 제주도의 난개발 방지에 중점을 뒀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발전과 개발도 좋지만 청정자연이 깨끗하게 잘 보전돼 있는 ‘제주다움’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며 “환경을 반드시 지키는 것을 전제로 개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 유치 과정에서 분양 위주의 사업에 치중하거나 무분별한 농지 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신규 투자는 환경보호, 투자부문 간 균형, 미래 가치에 부합하도록 원칙을 세웠다. 제주형 계획허가제, 해안변 그린벨트 등을 담은 최상위 법정 계획도 도입했다.
“제가 취임한 후 외국인 부동산 신규 투자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온 것이 최근 다양한 효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한라산 등 제주의 독특한 자연 자원에 대해 지속 가능한 보전 체계를 정립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원 지사는 이를 위해 10년 단위의 ‘환경자원총량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감축평가와 자연 생태축을 연결한 국립공원 지정도 고려 중이다.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은 국민의 바람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라며 “이미 대통령의 공약에도 반영된 제주의 주요 현안에 대해 구체적 협의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지사 임기 4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도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일자리 문제, 소득 증가 등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윤 한경비즈니스 기자 socool@hankyung.com
※원희룡 지사의 보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22일 발간되는 한경비즈니스 1121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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