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대회 두 번째 정상, 올시즌 첫승…상금왕 2연패 시동
3R 선두 박상현은 2타차 2위…최경주는 샷 난조로 18위 마감
[ 최진석 기자 ]
“피터지게 싸울 겁니다.”(최경주) “멋진 경기가 될 겁니다.”(박상현) “제게 기회가 왔습니다.”(최진호·사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4라운드가 열린 21일 우승 경쟁을 앞둔 선수들의 각오였다. 이날 마지막 조로 경기를 한 이들 세 명의 선수는 이 대회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탱크’ 최경주(47·SK텔레콤)는 2003년, 2005년, 2008년 세 번의 우승을 거둔 이 대회 최다 우승자다. 박상현(34·동아제약)은 2009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KPGA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진호(33·현대제철)도 이 대회에서 2015년 우승한 경험이 있다. 이날 세 선수는 명품 샷으로 수준 높은 경기를 하며 우승 경쟁을 벌였다. 한 홀도 안심할 수 없는 살얼음 경쟁에서 마지막에 웃은 이는 지난해 상금왕 최진호였다.
챔프들의 혈전
최진호는 이날 인천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하늘코스(파72·7030야드)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았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최진호는 박상현을 2타차로 따돌리고 올 시즌 첫 승, 통산 7승을 기록했다.
이날 포문을 먼저 연 건 최경주였다. 1번홀(파4)에서 탭인버디를 한 최경주는 2번홀(파4)에서도 6m짜리 버디를 잡았다. 그는 14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 2위로 출발한 최진호를 밀어냈다. 최경주는 3번홀(파5)에서도 그린 왼쪽 러프에서 노련한 웨지 샷을 선보이며 세 홀 연속 버디를 낚았고, 박상현과 15언더파 공동선두에 올랐다.
이를 지켜본 박상현과 최진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것. 박상현은 16언더파 단독 1위로 다시 도망갔고, 최진호는 14언더파 3위로 따라잡았다. 최경주 다음은 최진호였다. 그는 3번홀 버디를 시작으로 5, 6, 7번홀에서도 연속해 버디를 낚으며 17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랐다. 최진호는 작년까지 오랜 기간 타이틀리스트 클럽을 사용해오다 올 시즌부터 테일러메이드로 교체했다. 비거리 향상을 위해서다. 하지만 클럽 적응을 하지 못한 듯 올 시즌 초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선 정교한 샷과 퍼팅 감각으로 ‘클럽 적응’을 마쳤음을 알렸다.
박상현은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발동이 걸렸다. 그는 9번홀(파4)에서 장거리 퍼팅을 성공시키며 첫 버디를 낚았다. 최진호와 다시 17언더파 공동선두로 나선 그는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18언더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내일은 퍼터왕’
후반전은 박상현과 최진호의 2파전이었다. 희비는 실수가 갈랐다. 최진호가 14번홀(파4)까지 파행진을 이어갈 때 박상현이 13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것. 다시 17언더파 공동선두가 된 상황에서 최진호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한 타 차 단독선두로 도망간 최진호가 16번홀(파3)에서 11m 거리의 장거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것. 박상현과 2타차로 스코어를 벌린 최진호는 실수 없이 남은 라운딩을 마쳤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진호는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일은 퍼터왕’이라는 문구를 올려놓았다. 그만큼 퍼팅에 대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최진호는 우승 직후 “퍼팅감이 돌아오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앞으로 2승, 3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경기 중반 이후 시차 적응 등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며 샷 난조를 보였다. 그는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 트리플보기 1개를 범하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 공동 18위로 경기를 마쳤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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