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추가예산 필요
'애국페이' 강요해선 안돼…최저임금 50%까지 올릴것
[ 정인설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병사 월급 인상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21일 군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2년부터 추진한 병사 월급 인상 계획이 올해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병사 월급을 올리는 방안을 새로 마련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군 관계자는 “상병 기준으로 올해 19만5000원인 월급을 내년에 25만9000원으로 6만4000원가량 인상하는 계획을 국방부 실무자급에서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상률은 32.8%로 지난 5년간 연평균 인상률(20%)보다 높다. 군은 내년 병사 월급 인상 소요 재원을 30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계급별 병사 월급은 병장 21만6000원, 일병 17만6000원, 이병 16만3000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최저임금의 15% 수준인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50%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군은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에서 3% 이상 수준으로 오르면 문 대통령의 공약이 실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가 실시한 ‘2017년 군인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병사 78%가 월급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부족한 돈은 부모 등으로부터 송금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병영 생활에 필수품인 화장품이나 세면도구를 사는 데 필요한 돈도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
병사들에게 더 이상 ‘애국페이’를 강요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이번 대선 기간에 더욱 힘을 얻었다. 문 대통령도 대선후보 TV 토론이나 유세 등을 통해 “병사 월급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50%인 70만원 수준이 되도록 연차적으로 인상하고, 복무 기간도 점진적으로 18개월까지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내 병사 월급은 지난 5년간 갑절로 올랐지만 여전히 다른 징병제 국가에 비해 낮다. 병장 월급(작년 6월 기준, 19만7000원)은 최저임금(월 126만원)의 15.1% 수준으로 징병제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터키(15.2%)와 비슷할 뿐 대만(33.3%)이나 중국(34.2%), 이스라엘(34.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고용노동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청년들에게 공짜로 구직수당 등을 주는 것보다 병사 월급을 인상해주는 게 수혜층이 더 많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병사 월급을 점진적으로 올리면 재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매년 20%씩 인상하면 추가 예산은 연간 2000억원 이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의 40%(54만원)로 올리는 데 필요한 예산을 연간 1조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