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남중국해 개발을 둘러싸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고 공개했다. 시 주석은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석유 시추를 강행하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했을 때 시 주석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19일 필리핀 해안경비대 행사 연설에서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먼저 “남중국해는 우리 것이고 거기서 석유를 시추할 계획”이라며 “그게 당신네 거라는 것은 당신 관점이고 내 관점은 우리가 거기서 석유를 시추할 수 있으며 땅 밑에서 나오는 건 우리 소유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 주석은 “우리는 친구”라며 “싸우는 대신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당신이 이 문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전쟁으로 갈 것”이라고 답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포럼에 참석해 중국에서 수도 마닐라 다리 건설 비용 지원 등 적지 않은 선물 보따리를 받았다. 그는 귀국 직후 “중국은 매우 후하고 관대하다”며 중국 지도자들과의 회동이 “횡재였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신화통신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남중국해 판결을 중국에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언했다고 17일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귀국한 지 며칠 만에 시 주석과 다툰 내용을 공개한 것은 자신의 친중 성향과 실리외교를 비판하는 이들을 겨냥한 국내 정치용 발언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동안 중국 관료들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친 언사를 눈감아줬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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