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주치의'역할
계약유지율 등 요건 충족…'우수 설계사" 인증 받아
업계, 전문성 강화
의사·약사·노무사 등 설계사로 영입하기도
[ 박신영 기자 ]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내 보험업계에 인공지능(AI) 판매채널이 등장할 전망이다. 현행 설계사 중심의 판매채널이 AI 중심으로 빠르게 바뀔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실제 일본의 중견 보험사 후코쿠생명보험은 지난 1월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로 의료보험 등 교부금을 산정하는 부서 인원을 30%가량 줄였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국내 보험설계사도 생존을 위한 ‘전문성 다지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할 땐 정확하고 투명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입한 뒤에도 꾸준히 보험상담을 제공하는 ‘보험 주치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추세다. 소비자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문직종 종사자를 설계사로 뽑는 보험사도 있다.
◆인기 끄는 우수설계사 제도
최근 설계사 사이에서 생명보험협회가 2008년 도입한 ‘우수설계사’ 제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설계사들이 ‘보험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우수설계사는 매년 5월 각 보험사를 통해 인증 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자격을 부여한다. 근속기간, 계약유지율, 모집실적, 완전판매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우수인증 설계사’ 자격증을 준다. 이 자격증은 1년간 부여되며 전체 설계사 가운데 매년 10% 내외만 우수인증 설계사로 인정받는다. 지난해엔 전체 생보사 설계사 가운데 12.6%인 1만5007명이 이 인증을 받았다. 전년(11.3%)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생명보험협회는 “보험상품은 무형의 장기계약이기 때문에 완전판매와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계약자와의 접점에 있는 보험설계사들이 전문성, 윤리성을 갖추는 게 필수”라며 “3년 이상 근속, 불완전판매 0건, 높은 계약유지율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자격이 주어지는 우수인증 설계사 제도가 보험업계 신뢰도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약사 등 전문직 영입
KDB생명은 2015년 NB(뉴 비즈니스)사업단을 신설했다. 이 사업단은 SFC(소호 설계사) 지점과 세무사 지점을 두고 의사, 약사, 노무사, 세무사, 법인 대표 등을 보험설계사로 영입 중이다. 현재 600여명의 전문직 종사자가 KDB생명 보험설계사로 활동 중이다. 갈수록 보험상품을 통한 절세에 관심이 많은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또 건강상태 등을 감안해 적절한 보험 가입에 대한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미 KDB생명은 고소득자의 관심이 높은 상속플랜, 증여플랜, 절세플랜 등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직 출신 설계사의 보험계약 실적도 좋다. 월납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평균 200만~300만원(보장성보험)의 계약을 많이 유지하고 있다. 일반 설계사의 평균 초회보험료(20만~30만원)에 비해 10배가량 많다.
해외 선진국에서도 설계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보험왕 토니 고든의 세일즈 노트》란 책의 저자인 영국 설계사 토니 고든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설계사들은 상품을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의 전반적인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의 보험업계는 이미 이 같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든은 “설계사들이 영업뿐 아니라 금융시장과 자산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걸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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