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해지·태업…씨티은행 '지점 통폐합 추진' 후폭풍

입력 2017-05-22 18:01   수정 2017-05-23 18:59

출범 13년 만에 최대 위기

모바일 뱅킹 낯선 5060 "차라리 계좌 없애겠다"
ATM도 사라져 불만 증폭

노조는 일손놓고 파업 예고
씨티은행 "고객 불편 최소화"



[ 윤희은 기자 ]
한국씨티은행이 출범 1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은행이 133개 점포 중 101개를 통폐합하려 하자 놀란 고객들의 계좌 해지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노조원들은 영업 활동을 사실상 중단하고 태업을 벌이는 등 총체적 난국이 빚어지고 있다.

◆중장년층 해지 문의 잇따라

씨티은행은 지난 17일부터 기존 고객에게 폐점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지난 3월 영업점 통폐합 방침 발표 이후 취해진 후속 조치다. 폐점 안내 문자는 오는 7월 먼저 폐점이 예정된 서울 신사동, 신설동, 수원중앙지점 등 35개 점포 고객에게 갔다. 문자에는 이용 중인 점포의 폐점 안내와 함께 이용 가능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소개 등이 포함됐다. ‘점포가 없어지니 다른 곳으로 가거나 모바일 앱을 통해 거래하라’는 내용이다.

안내 문자를 발송한 이후 해당 점포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계좌 해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씨티은행 영업점 직원은 “다니던 점포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놀란 고객들로부터 계좌 해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상당수가 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50~60대 중장년층”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 사이에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한 씨티은행 이용자는 “점포뿐 아니라 점포에 포함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까지 함께 없어져 앞으로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제휴된 우체국 ATM 등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이래저래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 “파업도 불사”

씨티은행은 다음달 2차 폐점 안내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다. 오는 8월 폐점이 예정된 점포의 고객들이 대상이다. 씨티은행은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폐점 안내 문자를 보낼 예정이다. 이 은행은 현재 133개인 점포를 연말까지 32개로 줄이기로 했다.

대규모 폐점에 반대하는 씨티은행 노조의 쟁의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은행 노조는 지난 16일부터 태업에 들어가는 한편 보고 및 회의를 하지 않고 있다. 22일부터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자산관리(WM)상품 및 신용카드 추천 영업을 중지하기로 했다. 마케팅 활용 동의 권유와 디지털뱅킹 가입 권유도 일절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울러 점포 폐점과 관련한 보고서 작성 및 제출을 거부하고 폐점 예정인 점포에 대한 모든 검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들은 “씨티은행 직원들이 영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태업을 이어간다면 씨티은행은 골병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씨티은행 노사는 은행을 살리기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은행 측은 소비자금융 환경이 바뀌어서 어쩔 수 없는 대책이라고 맞서고 있고, 노조 측은 대규모 인원 감축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이 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이 1개 점포만 폐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며 “점포를 100개 정도는 유지한다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결국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측은 노조와의 지속적인 교섭을 거쳐 경영 정상화에 나서는 한편 폐점하는 점포의 고객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노조와 추가 교섭을 하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날짜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폐점 예정 점포의 고객에게는 새롭게 도입하는 비(非)대면 모바일서비스 등을 안내해 더 나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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