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다학원·G9 광고 등 한 번 봐도 기억나게 제작
광고주 비용 줄이고 매출↑…성과 확실하니 업계 입소문
"광고로 쓱닷컴 제칠 것"
[ 이수빈 기자 ] 광고업계에는 ‘도달률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세 번 정도 광고를 봐야 그 광고를 기억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기초해 집행비를 결정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 이 법칙을 깨버린 회사가 있다. 신생 광고회사인 오버맨은 한 번만 봐도 기억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면 비용이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이 회사가 기획한 파고다어학원 광고 캠페인은 엉터리 중국어 유행어로 스타가 된 배우 정상훈과 중국어 강사 장위안을 모델로 대비시켜 ‘들어갈 땐 정상훈, 나올 땐 장위안’이라는 카피로 화제가 됐다. 통상적인 TV광고의 5분의 1 수준인 5억4000만원 정도의 매체비만 썼는데도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이 광고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광고제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투자 대비 효과(ROI)’부문 은상을 탔다.
◆광고 직후 거래액 6배 이상 급증
오버맨을 설립한 장승은 대표(사진)는 원래 대형 광고회사 TBWA코리아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2015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던 중 한 구절이 그의 가슴을 울렸다. “단기적 행복을 좇는 ‘라스트맨(last man)’이 되지 말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오버맨(overman)’이 돼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개별 광고 캠페인에서만 빛나는 크리에이티브(창의력+문제해결 능력)가 아니라 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같은해 4월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했다. 회사 이름도 오버맨으로 정했다. 오버맨은 광고 자체보다 광고주 매출을 확실하게 올려주는 광고를 만들겠다고 목표를 정했다. 그는 “광고인의 문제해결 능력인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기업 매출을 높이고 비용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광고는 평판비즈니스”라고 정의했다. 성과가 확실하게 나면 평판을 타고 광고주들이 인정해준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빵이 맛있는 빵집은 망하지 않는다”며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광고주와 소비자 관점에서 각각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지마켓의 G9캠페인을 예로 들었다. 새로운 쇼핑서비스를 내놨지만 거래액이 늘지 않은 게 G9의 고민이었다. G9캠페인을 맡은 뒤 장 대표는 소비자 인터뷰부터 시작했다. 연령대와 성별이 다른 소비자들을 만나 온라인 쇼핑 인식을 조사했다. 소비자들은 표시된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이 다를 때 가장 큰 불만을 느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장 대표는 G9 측에 “표시가격과 구매가격을 일치시키자”고 제안했다. 사업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상품 소개 페이지를 개편했다. 오버맨은 광고에 이 점을 중점으로 내세웠다. ‘상술을 버리다. 상식을 채우다’라는 카피가 나왔다. 캠페인 집행 후 G9 거래액은 561% 급증했다.
◆미즈노 광고는 유럽 수출
미즈노스포츠코리아 광고를 맡았을 때는 주력 상품인 러닝화 ‘웨이브라이더’의 품질에 주목했다. 시험착용을 해본 소비자 중 70% 이상이 구매로 이어졌다. 장 대표는 ‘이 정도 품질이라면 시험착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미즈노 러닝대회에 참가했지만 하위권 성적을 기록한 소비자에게 운동화 반켤레를 보내주고, 나머지 반켤레는 행사 매장에서 찾아가도록 안내하는 ‘미즈노 반켤레’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 캠페인을 벌인 뒤 해당 매장은 매출이 150% 증가했다. 캠페인이 인기를 끌자 미즈노스포츠 본사는 유럽시장을 겨냥해 이 캠페인을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국 광고 캠페인을 외국에 수출한 것이다.
오버맨은 지난달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제일기획 등과 나란히 ‘올해의 에이전시’상을 받았다. 독립 광고회사가 이 상을 탄 것은 처음이다. 장 대표는 “올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광고를 내놓는 게 목표”라며 “특히 온라인쇼핑 부문 경쟁자인 쓱닷컴 광고를 꺾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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