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없는 완승…알파고, '인간의 수' 넘었다

일찍 승기 잡은 알파고, 허점 안보여
한 번도 우위 놓치지 않은 '완승'




이변은 없었다. 1년여 만에 돌아온 알파고는 예상대로 더욱 강력했다. 인간이 만든 기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발한 수'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인간계 최고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구글 개발 인공지능(AI) 알파고는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 제1국에서 세계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을 상대로 289수 만에 백 1집 반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대국 중반부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종반부터는 커제 9단이라도 도저히 판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대국 전체로 보면 알파고가 한 번도 우위를 놓치지 않은 완승이었다는 평가다.

알파고는 초반부터 예측불허의 수를 두면서 판을 흔들었다. 평이해 보였던 판은 10수부터 달라졌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알파고의 수에 컨벤션센터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커제 9단은 평소 자신의 스타일과 다른 전략을 구사하며 알파고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는 평소 대국에서 균형적인 바둑을 두다가 중간 이후 우위를 잡고 앞서는 스타일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대국에서는 전형적인 '실리 전략'을 구사했다. 흑돌을 잡은 커제 9단은 첫수 소목에 이어 3번째 수를 삼·삼에 뒀다. 초반부터 귀를 지키는 삼·삼은 극단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포석이다.

커제 9단은 사전에 알파고의 전략을 면밀히 분석해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알파고는 온라인 대국에서 초반 삼·삼을 많이 선보이며 승리를 거뒀다. 이같은 방식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커제 9단이 먼저 삼·삼을 두면서 승부를 건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한 수 위였다. 알파고는 커제의 흑을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쉽게쉽게 수를 두면서 타개를 해나갔다. 형세가 불리해진 커제는 버티는 수를 두면서 우하귀에서 백에 반격을 가했지만, 알파고는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알파고는 중앙에서 실리를 추구하면서 끝까지 확실한 우위를 지켰다.

이날 대국에서 커제는 알파고보다 2배나 많은 시간을 쓰며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 고개를 숙여야 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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