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량지수 30 이상 환자
운동이나 다이어트 만으로 살 빼라고 하는 건 무리
위절제·우회술이 표준방식…당화혈색소 수치 떨어뜨려
[ 이지현 기자 ]
“고도비만과 합병증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술입니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히는 미국당뇨협회도 지난해 고도비만 수술을 정식 당뇨 치료법으로 인정했습니다.”
김용진 순천향대병원 고도비만센터 교수(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도비만으로 당뇨 등의 합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운동이나 식습관 조절로 살을 빼라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라며 “고도비만 수술은 대사수술이라고 이름을 바꿔 불러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도비만 수술 권위자다. 2009년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의 부속병원에서 수술 연수를 받고 돌아온 뒤 한국에서 1000건 넘는 고도비만 수술을 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김 교수는 한국 고도비만 분야 대표주자로 세계 각지 의사들에게 고도비만 수술법을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프랑스 소화기암연구소(IRCAD) 주최 ‘고도비만 복강경 수술 과정’ 교수진에 임용됐다. 고도비만 수술연수 등을 통해 새로운 의료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김 교수를 통해 고도비만 수술과 대사질환 치료 등에 관해 들어봤다.
▶고도비만 수술을 통해 당뇨를 치료할 수 있는가.
“지난해 미국당뇨협회에서 고도비만 수술은 이제 대사수술이라고 명명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2011년 세계당뇨협회에서 인정한 것에 비하면 늦지만 세계 모든 유관기관이 인정한 사실이다. 고도비만으로 당화혈색소가 정상치를 훌쩍 넘던 환자들이 수술받으면 완치 단계로 치료된다.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던 환자가 인슐린을 끊는다. ”
▶실제 환자를 치료하며 변화를 느끼는가.
“당화혈색소 12.3(정상수치는 6 이하)이었던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받은 뒤 3개월 만에 5.3으로 관리됐다. 이전에는 사실상 당뇨병 관리가 완전히 안 되는 상태였다. 매일 인슐린을 투입해야 하고 저혈당 쇼크 위험에 전전긍긍해야 한다. 심해지면 혈액 투석을 해야 하고 망막변성으로 시력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이 사라졌다. ”
▶어떤 원리인가.
“같은 환자에게 같은 양의 칼로리를 입으로 먹도록 하는 것과 혈관으로 주입했을 때를 비교하면 입으로 먹을 때 혈당 조절이 어렵다. 위 우회로 수술하면 십이지장으로 음식이 지나가지 않기 때문에 당뇨가 좋아진다. 당뇨 환자는 혈당이 높은 것도 힘들지만 갑자기 떨어지는 것도 힘들다. 이에 관여하는 중요한 호르몬이 십이지장에서 나오는데 음식을 보내지 않으면 기능이 살아난다. 위 절제술이라고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세포가 많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커진다. 수술받으면 음식을 적게 먹기 때문에 인슐린 기능을 방해하는 지방세포가 줄어든다.”
▶어떤 환자가 수술 대상인가.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고도비만 관련 질환이 동반된 환자를 치료하는 수술이다. 아시아인은 BMI 27.5 이상을 수술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당뇨, 수면 무호흡증, 생리 불순, 관절 질환 등이 동반된 고도비만 환자가 생활습관을 바꿔 살을 빼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뺀다 해도 다시 요요가 온다.”
▶표준수술은 어떤 것인가.
“위의 일부를 잘라 용적을 줄이는 절제술, 위를 식도 부근에 조금만 남긴 뒤 소장과 연결하는 우회술이 표준이다. 절제술은 수술이 쉽고 좀 더 안전하다. 음식이 원래 가야 할 길로 가기 때문에 영양학적 불균형도 없다. 우회술은 체중 감량 폭이 크다. 하지만 음식이 십이지장을 지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철분과 칼슘이 부족해질 수 있다. 고도비만 환자지만 지병이 없다면 절제술을 선택하고 식습관 관리를 잘하는 방향으로 치료설계를 한다. 하지만 지병이 많고 비만도가 크면 우회술을 추천한다.”
▶고도비만 수술과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크다.
“고도비만 수술은 세계에서 맹장수술보다 흔한 수술이다. 절제수술은 1시간 정도면 된다. 수술받으면 평균 30% 정도 체중이 감량된다. 각종 합병증도 줄어든다. 고도비만 환자는 삶의 질이 떨어진다. 수술받으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 일부는 게을러서 생기는 병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회 환경, 먹는 음식의 질 등이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사회적 문제로 인한 질환으로 정의했다. 한국도 고도비만을 질환으로 인정하고 수술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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