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갑작스레 중계 불허
IT업계 "중국과 구글 관계 나쁜 탓"
중국 언론도 주요 뉴스로 소개 안해
[ 김동윤 기자 ] 바둑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23일 열린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계 바둑 최강자 커제 9단 간 대결에 세계 바둑팬과 정보기술(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서는 대국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지난 22일까지만 해도 중국 관영 CCTV 5채널과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쿠 등을 통해 대국을 생중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3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대국이 시작됐지만 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갑작스레 불허한 때문이다.
중국 바둑팬들은 소셜미디어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바둑팬은 “중국에서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데 중국 바둑팬만 볼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글을 올렸고, 또 다른 바둑팬은 “이럴 거면 왜 중국에서 이번 대국을 개최했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우회접속(VPN)을 통해 유튜브에서 이번 대국을 지켜봐야 했다.
중국 정부가 이번 대국 생중계를 갑작스레 불허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IT업계에선 중국 정부와 미국 구글의 나쁜 관계 탓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2010년 초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반발해 중국에서 전격 철수했고, 중국 정부도 구글의 서비스 대부분을 차단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알파고와 커제 9단의 대결을 생중계할 경우 구글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커질 수 있어 생중계를 불허했다는 해석이다.
또 구글이 개발한 AI에 중국 최고의 바둑 기사 커제 9단이 무릎을 꿇는 모습이 중국인에게 생중계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언론들도 작년 3월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대결 때보다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바이두 텐센트 등 뉴스 포털은 대국 관련 보도를 주요 뉴스로 소개하지 않았다. 환구시보 등 관영 언론도 대국 전 현장 사진을 보도하긴 했지만 내용을 비중 있게 쓰지는 않았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