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 땐 도심 알짜 땅에 40층 이상 재건축 '매력'
[ 김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23일 오후 11시
올 상반기 최대 부동산 거래로 꼽히는 KEB하나은행의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옛 외환은행 본점·사진) 인수전에 부영그룹과 롯데그룹이 뛰어들었다. 매각가가 8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대형 매물이다.
23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과 매각주관사 삼정KPMG가 이날 실시한 KEB하나은행 본사 빌딩 매각 본입찰에 부영그룹과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LB자산운용 등 5~6곳이 입찰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는 부영과 롯데그룹이 참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영은 최근 서울 핵심부의 대형 부동산에 잇따라 투자하면서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인수 의지가 강한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1월에는 서울 태평로2가 삼성생명 사옥을 인수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을 단위 면적당 최고가(3.3㎡당 2600만원)에 사들였다. 지난 3월에는 인천 포스코건설 송도사옥을 매입하는 등 최근 1년4개월간 대형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롯데그룹은 코람코자산신탁에 투자의향서(LOI)를 주는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 롯데백화점 본점을 보유한 롯데는 그동안 유력한 매수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코람코에 투자자로서 참여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며 “실제 투자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외국계 부동산 투자사를 파트너로 확보했다. LB자산운용은 메리츠종금증권과 함께 입찰에 참여했다. 범(汎)LG그룹 계열로 분류되는 LB자산운용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대주주인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다.
KEB하나은행 을지로 본사는 지하 3층~지상 24층, 연면적 7만4834㎡ 규모 빌딩이다. 1981년 완공돼 35년간 외환은행 본점으로 쓰였다. 하나금융지주가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하나금융과 KEB하나은행 본점이 입주했다. 대지는 1만1742㎡로 을지로와 명동 일대 업무용 빌딩 중 가장 크다.
하나금융그룹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빌딩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이번 매각은 일반적인 업무용 빌딩 거래가 아니라 ‘재건축 프로젝트’로 분류된다. 현재 용적률은 440%, 허용 용적률은 800%에 달해 연면적 규모로 지금보다 1.8배 이상 큰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동과 을지로 일대 국내 최고 상권에 있어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매각 측은 입찰 참여자들의 자금조달 계획 등을 검토한 뒤 다음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당초 하나금융 측이 ‘1조원대’ 매각가를 희망한 데 비해 인수후보자들은 7000억원 안팎으로 건물 가치를 평가해 흥행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부영과 롯데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전이 가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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