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타이밍의 굿 타이밍
1년 만에 껑충…시장도 놀라
올 목표치 1500만대로 높여 중국 3대 TV제조사 점유율은↓
'천호(天虎)계획'으로 파고들어
대만 훙하이그룹 임직원 동원…중국 산간벽지까지 샤프 TV 판매
수직계열화·부동산 업자와 제휴
'궈의 위협' 거세져
삼성·소니에 LCD패널 공급 중단…중소 TV메이커는 퇴출 위기
지속 가능한 성공인지 두고봐야
[ 노경목 기자 ] 지난해 2월 대만 전자부품업체 훙하이에 인수된 샤프의 중국 TV시장 점유율이 1년 만에 4배로 뛰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글로벌 3위 TV 제조사 자리를 넘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궈타이밍 훙하이 회장의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훙하이 직원 120만명의 ‘인해전술’과 공격적인 마케팅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판매목표 상향 조정
24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 1분기 샤프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6.8%였다. 전년 동기(1.6%)의 4배, 전 분기(3.0%)의 2배 이상이다. 중국시장에서의 약진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도 1년간 2.2%에서 4.1%로 올랐다.
지난해 말 궈 회장이 470만대인 샤프 TV 출하량을 올해 100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을 때만 해도 세계 TV업계는 곧이 믿지 않았다. TV시장이 정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TV 판매량은 2억6500만대로 전년(2억7400만대)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올 들어 샤프는 보란 듯이 돌풍을 일으키며 판매 목표를 1500만대로 올려 잡았다. 이를 달성하면 지난해 세계 TV시장 13위였던 샤프는 3위까지 수직 도약한다. 샤프가 점유율을 높여가는 동안 다른 업체의 판매량은 그만큼 뒷걸음질쳤다. TCL과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등 중국 3대 TV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1년간 최대 5%포인트 하락했다.
◆산간벽지까지 배달
샤프의 TV 판매 증가는 궈 회장이 ‘천호(天虎) 계획’이라고 이름 붙인 판매 확대 전략이 주효한 결과다. 천호 계획은 △훙하이 그룹 전체 조직을 동원한 공격적인 마케팅 △패널과 세트를 잇는 수직계열화 이점 활용 △브랜드 전략 재정립 등으로 요약된다.
궈 회장은 지역별로 TV 판매 물량 목표를 할당한 뒤 실제 판매량을 근거로 각 지역 본부장과 임원들의 실적을 평가하고 있다. 폭스콘 계열사 사장들은 중국 800만대, 일본 150만대 등으로 할당받은 연간 TV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 목표 이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만 100만명, 전 세계를 통틀어 120만명인 훙하이 직원들이 TV 판매에 ‘총동원 체제’로 매달리고 있다. 개인 할당 목표를 채우기 위해 직원들이 가족과 친지에게 판매한 샤프 TV가 산간벽지까지 배달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부동산 개발업자에게도 염가로 샤프 TV를 공급하고 있다. 올초부터 중국에서 새로 분양한 일부 아파트에는 거실에 60인치, 안방에는 40인치 샤프 TV가 공짜로 들어가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까지 영향
궈 회장은 또 디스플레이 제조사를 거느린 수직계열화의 이점을 살려 경쟁사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말 샤프에서 만드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샤프 TV사업부에만 공급하도록 지시하면서 올 들어 삼성전자와 소니 등에 LCD 공급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0~40인치 TV패널 500만장을 샤프에서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사상 처음으로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손을 벌릴 정도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데이비드 셰 IHS 선임연구원은 “샤프의 공급 중단에 따른 LCD 패널 수급 차질로 삼성전자와 소니 등의 올해 TV 판매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패널 자체를 구하기 힘든 중소 TV제조사들은 도산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훙하이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연 800만대의 TV를 공급받아온 르에코는 지난해 말 훙하이가 공급 중단을 선언하며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빠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샤프 TV의 약진은 경영자 한 명의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수익성을 희생해 성공한 판매 확대인 만큼 지속 가능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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