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르네상스 부산] 스마트공장·핀테크…4차 산업혁명에 올라탄 '부산의 용틀임'

입력 2017-05-25 16:51  

부산항, 데이터통합센터 구축해 물동량 파악
금융기관, 무인점포·로보어드바이저 준비
대학, 융합인재 키우기



[ 김태현 기자 ]
부산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의 특성에 맞는 신산업 육성과 산업 고도화, 미래형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력 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기계에 정보통신기술과 로봇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두 마리 토끼 잡이에 힘을 쏟고 있다. 부산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3월 벡스코에 ‘부산가상증강현실 융복합센터’를 열고 차세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융합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부산의 중견 제조사 2~3세 기업인도 지난 3월 4차산업 기업 육성을 위해 창업투자사 ‘라이트하우스 컴바인 인베스트’를 설립해 활동을 시작했다.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와 부산역에도 4차산업 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플랫폼과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컴퓨터 사고력과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올해 초등학교 1곳, 중학교 2곳, 고교 1곳 등 4개 학교를 소프트웨어교육 연구학교로 지정해 운영에 들어갔다.

김상길 부산시 ICT융합과장은 “모든 산업에 ICT를 접목시켜 제품의 질을 높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작업들이 기업과 대학, 지자체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발빠르게 4차산업에 대비하는 곳은 기업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스마트공장 구축이 시급해서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곳은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노사가 힘을 합쳐 무인시스템을 공장에 안착시켜 생산성을 높였다. 르노 계열사 가운데 최고의 시스템을 자랑한다. 노사 공생 노력 덕택에 매출이 계속 늘고 협력사에도 덩달아 신바람이 불고 있다. 에스피엑스플로우코리아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최첨단 제품 ‘에어드라이어’를 출시한 뒤 스마트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진태석 동서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는 “스마트공장은 고객 주문이 생산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선호도 변화에 따라 제조 방식과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변경할 수 있는 소비자 맞품형 대량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며 “공장자동화의 테스트베드 구축과 제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 제품의 개성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거는 기업도 늘고 있다. 화승그룹은 40개 계열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내달리고 있다. 공장마다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량을 높이고 있다. 아웃도어 신발 생산업체인 트렉스타도 중국 현지 공장을 접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로봇을 활용한 공장 자동화로 저임금을 극복하면서 생산체계를 구축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정은 오프라인 판매 방식에서 온라인 방식을 가미한 복합매장화(멀티숍)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로 4차산업 시대에 접어든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부산 소주회사인 대선주조도 맛과 복고풍의 새로운 영업전략을 펼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36.5도의 낮은 도수 위스키를 출시한 골든블루는 저도주 분야에서 승부수를 던져 부산 해운대 시장과 서울 강남구, 대구 수성구 등 주요 상권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항구도시 부산의 주력 산업인 해양 분야에서도 4차산업에 대응해 부산항 경쟁력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함으로써 선사들의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물동량을 창출하는 데이터통합센터 구축에 들어간다.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오는 8월 1차 구축작업을 완료하고 2019년까지 2, 3단계 구축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부산항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첨단 부두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사인 팬스타그룹도 국내 최초로 사물인터넷에 기반을 둔 스마트선박 시스템을 개발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들은 일찌감치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트렌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 정보통신기술과 모바일, 무인점포,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금융상품을 내놓았고, 학계와 핀테크 기업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전협의회를 발족해 글로벌 변화를 체크하고 새로운 상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28년 동안의 기술평가 경험을 살려 4차산업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연 8조원을 투입해 현재 65%인 창업기업 지원 비중을 2020년까지 80%로 확대하는 등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세계 최고의 첨단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자산관리와 자금조달, 지급결제 같은 금융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부산지역 공기업도 4차산업을 지역 특화 산업에 적용, 융합하거나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4차산업의 공포를 이겨내고 창의력과 네트워킹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육성하고 기업 간 융합을 위해 세미나와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부산에 터전을 잡은 한국남부발전은 우수한 기술력을 활용해 칠레에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남미 전력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벡스코는 올해 처음으로 6월1일부터 3일까지 4차산업 페스티벌을 연다. 조선과 영화, 정보통신기술 등 부산의 특화산업 기업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4차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도 4차산업을 교육에 적용해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 방안을 모색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부산대는 빅데이터를 철저하게 읽어내고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교육으로 전환하고 있다. 부경대도 기존 산업에 제대로 된 ‘옷 입히기’에 노력 중이다. 대학과 기업, 정부와 연구소가 힘을 합쳐 용당캠퍼스 현장을 산업생산기지로 구축해 현장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업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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