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국내 기술력이 할리우드에서 인정받았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죠. 스크린X 작업을 수행한 국내 CG(컴퓨터 그래픽)업체는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최용승 CJ CGV 크리에이티브디렉터(사진)는 할리우드 영화 ‘그레이트 월’ ‘킹아서: 제왕의 검’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을 스크린X 버전으로 만드는 작업을 지휘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원본을 가져와 30여 분 분량을 스크린X로 변환할 때 국내 CG업체인 지노드, 투엘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했다.
최 디렉터는 캐나다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국내 유명 광고회사에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를 운전자 중심의 최고급 세단으로 보이도록 광고를 연출했다. 2012년부터 CJ CGV에서 4DX(4차원 영화)와 스크린X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4DX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이제는 스크린X를 통해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스크린X는 기존 상영관의 좌우 벽면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세계로 확대해나가기 쉽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행착오를 거쳐 판타지물과 어드벤처, 호러, 콘서트 콘텐츠가 스크린X에 안성맞춤이며 영화 전 편이 아니라 핵심 장면만 스크린X로 변환해 관객과 호흡을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스크린X 작업의 핵심은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타이밍을 찾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처음 내놓은 작품이 지난 2월 개봉한 ‘그레이트 월’이다.
“이 작품을 가져오기 위해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중국 장이머우 감독에게 러브콜을 수없이 보냈습니다. 와일드하고 스펙터클한 장 감독의 특성이 스크린X에 딱 맞아떨어진다고 봤어요. ‘그레이트 월’ 트레일러에서 괴수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가고, 활을 쏘면 옆으로 뻗어나가는 장면들이 스크린X에 어울린다고 확신했거든요.”
끈질긴 구애 끝에 작업은 성사됐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레이트 월’ 스크린X 좌석 점유율은 상영 첫 주 일반관보다 높았다.
‘킹 아서’의 가이 리치 감독은 스토리 전개와 편집이 매우 빨라 스크린X로 제작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술회했다.
“장 감독과 리치 감독은 촬영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어요. 리치 감독의 ‘킹 아서’는 카메라 움직임과 커트 전환이 빨라서 스크린X 작업이 훨씬 까다로웠습니다.”
할리우드의 보안 과정도 더욱 깐깐했다. 15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킹 아서’를 국내 CG업체에 맡겨야 했기 때문이다. 서로 간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킹아서’와 ‘캐리비안 해적’의 스크린X 개봉을 계기로 할리우드 작품의 스크린X 제작은 점점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CG업체들이 기술력을 입증한 만큼 글로벌 영화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두세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추가로 스크린X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이 작업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설 날도 올 것입니다.”
25일 현재 ‘캐리비안 해적’ 스크린X 버전은 국내 49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해외에서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에서 개봉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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