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발행 규모 6000억 육박
[ 서기열/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25일 오후 3시12분
일본 최대 투자은행(IB)그룹인 노무라그룹이 3년 연속 아리랑본드를 공모 방식으로 발행한다. 아리랑본드는 외국인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원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한국이 안정적인 자금 조달처로 떠오르면서 지난 17일 아리랑본드를 찍은 미국 골드만삭스 등 해외 기업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발행한 채권 규모가 1년 새 6000억원에 육박한다.
25일 IB업계에 따르면 노무라그룹의 싱가포르 계열사인 노무라인터내셔널펀딩은 다음달 중순 1500억원어치의 원화 회사채를 공모 방식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만기는 10, 15, 20년 등으로 장기물 위주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중도 상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구조를 검토 중이다. 기관 수요예측(사전 청약)은 다음달 8일께 이뤄진다. 발행 실무는 주관사인 한국산업은행과 하나금융투자가 맡았다.
노무라그룹이 한국에서 자금 조달을 정례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노무라는 2015년 5월 15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1200억원 규모의 공모 아리랑본드를 발행했다. 특정 기관투자가와 금리 등 발행 조건만 합의하면 쉽게 발행할 수 있는 사모채와 달리 불특정 다수의 기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금리 등이 정해지는 공모채는 발행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장기채 투자를 늘려야 하는 보험사 등 기관에는 글로벌 금융사가 발행하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물은 좋은 투자 대상이다. 노무라인터내셔널펀딩은 지난해 한국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 ‘AA+’(안정적)를 받았다. 10개 투자등급 가운데 상위 두 번째다.
노무라그룹은 공모채 발행에 앞서 사모 아리랑본드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늦어도 이달 안에 만기 15년짜리 변동금리 채권 약 200억원어치를 찍을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그룹 외에도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서 자본 조달에 나서는 일이 늘고 있다. 지난 17일 200억원어치 사모 원화 채권을 발행한 골드만삭스는 발행 규모를 1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중국 동방항공이 1750억원어치를 발행한 것을 포함하면 최근 1년 새 발행된 아리랑본드는 4800억원(예정 물량 포함)에 달한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이 지난해 김치본드(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원화 이외 통화로 조달한 채권)를 포함해 110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한 것까지 합치면 해외 기업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가 지난 1년간 590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원화로 조달한 뒤 달러로 바꾸는 원·달러 스와프 금리를 고려하더라도 미국 등 선진국보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며 “아리랑본드 발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기열/김진성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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