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의 지갑을 열며] 농심 4년 만의 재도전…국물 뺀 카레라면 성공할까

입력 2017-05-26 11:28   수정 2017-06-14 10:43



[지갑을 열며]는 한경닷컴 유통·소비팀 네 명의 기자들이 독자에게 건네는 '쇼핑 목록'입니다. 세상은 넓고 신상품은 많지만 우리의 지갑은 얇기만 하죠. 허투루 지갑을 열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이 상품 사야 돼 말아야 돼, '지갑을 열며'가 대신 고민해 드립니다. 이제 똑똑한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소비하는 인간)로 거듭나 볼까요. [편집자주]

국내 라면업계는 2015년 짜왕과 진짬뽕 이후 1년 넘게 이렇다할 '대박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주요 업체들이 국물 없는 볶음면류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업계 1위 농심은 '카레'를 앞세워 돌파구를 찾고 있다. 둥지쌀국수카레 단종 후 4년 만의 재도전이다. 사실 카레라면은 라면업계에서 '될 듯 하면서도 안 되는 라면'의 대표주자다.

3분카레는 레토르트 시장의 대명사이며 카레를 메뉴로 건 식당이 거리마다 하나씩은 있을 정도로 카레는 보편화된 식사류다. 면과의 궁합도 나쁘지 않다. 카레우동은 카레전문점의 고정 인기 메뉴다.

그럼에도 카레라면은 시장에서 번번히 실패했다. 카레 명가 오뚜기조차 단종과 재생산을 되풀이하며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농심도 지금까지 6종의 카레라면을 내놨다가 모두 단종했다.

농심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카레라면이 아닌 '카레요리'로 접근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김아름의 지갑을 열며]에서 농심의 새로운 도전인 '카레라이스 쌀면'을 맛봤다.

◆둥지쌀국수카레의 업그레이드

'카레라이스 쌀면'의 포장과 내용물을 보면 2009년 나온 둥지쌀국수카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면은 넓은 쌀면. 기름에 튀기지 않고 바람으로 말린 건면이다.

국물 카레라면이 아닌 볶음면임을 강조하지만 전작인 둥지쌀국수카레도 국물이 없는 볶음면이었다. 단 이번에는 큼직한 분말스프가 2개나 들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분말스프 2봉을 합치면 36.4g에 달한다. 이를 이용해 일본식 카레의 되직함을 구현했다. 건더기스프는 평범한 수준이다.



조리과정은 어렵지 않지만 물을 150ml 남기고 버려야 하는 부분은 좀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물을 버리는 볶음면의 경우 수분이 살짝 남아 있을 정도만 남기고 모두 버리는 레시피가 대부분이기 때문.

물을 다 버린 후 계량해서 다시 담는 경우가 아닌 바에야 얼마나 물을 남겨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신제품이기 때문에 국물 농도가 어느 정도인 게 맞는지도 알기 어렵다.

◆라면국물 아닌 '카레 소스'로 차별화



농심이 호언장담한대로 맛에서는 기존 카레라면과 확실히 차이난다. 기존 카레라면이 카레가루에 물을 탄 맛이라면 카레라이스 쌀면은 '카레전문점'의 카레 맛이 난다. 향신료 향이 강하고 농도도 걸쭉하다. 생각보다 매워서 먹다 보면 혀가 찌릿할 정도.

밥을 비벼 먹어도 좋을 것 같지만 면이 넓고 소스의 점성도 높아서 면을 다 먹고 나면 소스가 많이 남지는 않는다. 1인분만 먹어도 따로 밥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포만감도 높다.

소스는 약간 짠 편이지만 나트륨은 일반 볶음면보다 적은 1470mg에 불과하다. 영양성분을 꼼꼼히 보는 사람에게 어필할 만한 부분이다.

면이 빨리 분다는 것은 단점이다. 쌀면의 단면적이 넓어 반 이상 먹을 때 쯤엔 면이 불기 시작한다. 이것이 점도 높은 소스와 결합해 면끼리 엉키며 덩어리지기도 한다. 물을 조금 넉넉히 잡는 것도 한 방법이 될 듯하다.

◆볶음면 트렌드 기회…건면·가격은 단점

농심은 지난 40여년간 6개의 카레라면을 내놨고 지금은 모두 단종됐다. 이번 카레라이스 쌀면은 농심의 일곱 번째 카레라면 도전이다. 과연 농심의 6전7기는 성공할까.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라면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볶음면을 내놓으면서 볶음면은 올해 라면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제품 자체의 완성도도 훌륭하다. 고급 카레에 길들여진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먹힐 만큼 카레소스의 품질을 높였다.

하지만 라면 시장에선 여전히 '소수파'인 건면 베이스라는 점이 걸린다. 맛 이전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는 뜻이다.

2500원이라는 가격도 걸림돌이다. 1500원대 프리미엄 라면이 시장에 안착했지만 2500원은 또 다른 벽이다. 1500원짜리 프리미엄 라면도 4+1 행사에 할인까지 더해 개당 가격을 1000원 아래로 묶어놓아야만 팔리는 상황이다.

맛으로만 승부한다면 카레라이스 쌀면에 흔쾌히 손을 들어 주겠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글쎄.카레라면의 한계는 뛰어넘었지만, '생필품'에 속하는 라면의 한계는 넘지 못할 벽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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