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내 돈! 모르면 남의 돈!

입력 2017-05-28 14:37   수정 2017-06-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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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암보험을 며느리가 가입했다가 가족 분쟁으로 번진 사건이 있었다. 사건 내용은 이렇다. 1남4녀를 둔 집안의 외동아들과 결혼한 김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김씨는 진작부터 생활비를 아껴 시어머니의 암보험을 가입했다. 보험 가입 후 수년이 지난 뒤 시어머니는 자궁암 진단을 받았고, 6개월간 투병생활을 하다가 사망했다. 김씨는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동안 간병은 물론이고 병원비와 관련해 시누이들에게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 시누이들과 시댁 친지들은 그런 김씨를 칭찬했다.

그러나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시어머니의 암보험에서는 진단비, 수술비, 입원비,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데 며느리 김씨의 경우 시어머니가 생존시 받는 진단비와 수술비, 입원비에 따르는 보험금은 지급받았다. 문제는 계약서 상 시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나오는 사망보험금을 받는 사람이 법정상속인으로 돼 있었던 것이다. 현행법상 법정상속인에는 며느리가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시어머니 장례식이 끝난 뒤 사망보험금 3000만원은 며느리 김씨를 제외한 시누이 등 다른 유족들이 법정상속인 자격으로 받게 됐다. 며느리 김씨가 시어머니의 보험료를 납입했으니 사망보험금을 김씨 본인에게 달라고 요구했지만 유족들은 거절했다. 오히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상속자산을 은닉했다는 의심까지 했다. 쌍방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결과 김씨는 결국 이혼했다.

‘내가 필요해서 가입한 보험이고 내 돈으로 보험료를 납부했으니 당연히 보험금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에선 보험계약서에 명기된 내용에 따라 보험금의 주인이 결정된다. 위 사례처럼 수익자가 ‘법정 상속인’으로 지정된 경우 세 가지를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첫째, 수익자는 보험료를 납입하는 사람(계약자)이 아니라 피보험자의 법정 상속인이라는 것이다. 둘째, 혼인·입양 등의 사유로 피보험자 또는 그의 가족구성원이 바뀌면 보험금 수익자인 법정 상속인도 바뀐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미혼인 아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신보험을 가입하면서 수익자를 법정 상속인으로 지정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계약 당시에는 보험금 수령에 대한 권리가 어머니에게 있지만, 아들이 결혼하는 순간부터 이 권리는 며느리에게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계약자이면서 계약 시점부터 지금까지 보험금의 주인이던 어머니에게는 어떠한 안내나 문의도 없다. 말 그대로 그냥 보험금의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셋째, 법정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다. 위 사례에서 아들이 이혼을 하더라도 손·자녀가 있다면 이혼한 며느리는 일정 기간 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즉 미성년 자녀인 손·자녀의 법정대리인으로서의 권리를 이혼한 전(前) 며느리가 행사할 수 있다.

현장에서 보험계약 상담을 하다 보면 ‘당신이 가입한 보험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가입할 때와는 달리 보험금의 주인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지불식간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소의 보험료로 최대 보장을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보험 가입자가 원하는 사람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다면 보험 가입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다. 아껴서 모은 돈, 나도 모르게 주인이 바뀌도록 방치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수익자가 법정 상속인 또는 미성년 자녀인 보험계약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심사숙고해서 수익자를 재설정하자.

박근오 < 농협생명 대구AM지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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