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논농사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때

입력 2017-05-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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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은 사진 한 장이 전송돼 왔다. 잔잔한 호수에 산 그림자와 푸른 하늘이 투영된 평화로운 풍경 사진이었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어서인지 물에 비친 하늘 그림자가 더없이 맑다.

지난주에 수료한 교육생이 자신의 근황을 알리며 고향이자 근무지인 월출산 아래 전남 영암의 사진을 보내준 것이었다. ‘풍년을 바라는 농심이 그득합니다. 모 심을 준비하느라 논에 물이 넘실대는 것이 아름답습니다’라는 문자가 뒤따라 전송돼 왔다. 호수라고 생각한 것이 우리나라 봄의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을 가득 받아 놓은 논이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연못처럼 보이는 봄의 논뿐만 아니라 한여름 산뜻한 초록의 벌판과 같은 논은 유럽의 초지보다 더욱 강렬한 시각적 시원함이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우러진 황금빛 가을 논은 상상만으로도 푸근하다.

고령화와 농산물 수입 개방, 떨어지기만 하는 쌀값으로 우리 농촌은 정말 어렵다. 생산비조차 거두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땅을 놀리는 것은 죄짓는 일이라며 굽은 허리를 애써 펴고 논으로 밭으로 나가는 어르신들께 그저 감사하고 죄송할 뿐이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3.8%,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3.7%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장차 물 전쟁과 식량 안보까지 우려되는 현실에서 쌀을 생산하는 논은 홍수 예방, 수질 정화 등 환경보존 기능과 수자원을 확보하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나 날이 좋은 봄, 조금만 눈을 돌려도 산수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지 않은가. 늘 있는 것이기에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던 또 하나의 자원, 논농사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볼 때다.

황선화 <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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