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비학생조교 파업 '마침표'…인건비 증가로 조직 효율화 필요
[ 황정환 기자 ] 서울대가 고용보장 문제를 두고 10여일간 파업을 벌인 비학생조교들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다. 노조 요구대로 전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임금도 요구 수준을 맞춰주기로 했다.
28일 서울대와 전국대학노동조합에 따르면 양측은 비정규 계약직인 비학생조교를 준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파업을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각 단과대학 소속 계약직이던 비학생조교 250명 전원이 서울대에 고용되고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준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비학생조교들의 핵심 요구 사항이던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88%로 타협됐다. 애초 요구한 90%에는 못 미치지만 사실상 노조의 요구가 거의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다. 수당 등 기본급 외 사안에 대한 논의도 향후 이어질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합의에 따라 비학생조교 파업은 조인식이 이뤄지는 29일 오후 2시 해제될 예정이다. 이번 갈등은 지난해 서울대가 5년 이상 근무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촉발됐다.
서울대 측은 비학생조교는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법의 예외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노조는 비학생조교가 학위가 아니라 임금을 목적으로 근무하고 업무도 교육·연구가 아니라 행정 사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기간제법에 따라 고용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반발했다.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 비학생조교의 고용 보장은 약속했다. 그러나 임금 삭감 문제를 두고 학교 측은 법인 직원의 85%를, 노조는 90~95%선을 요구하며 대립해 왔다.
이번 합의로 행정 마비는 풀리겠지만 비정규직 간 형평성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기존 무기계약직의 고용조건 개선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대의 학내 무기계약직 직원은 6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단과대별로 고용이 이뤄져 임금 수준도 정규직 직원의 70~87% 선으로 제각각이다.
서울대의 한 무기계약직 직원은 “기존 무기계약직엔 비학생조교 가운데 성과가 좋았던 사람 중 별도 시험을 거쳐 전환된 사례도 있다”며 “성과가 좋았던 사람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성민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 지부장은 “향후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과 본부 간 협상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강사·비정규직 연구원·경비 등 각종 비정규직 직원들과의 고용 문제도 잇따를 수 있다. 취업난 속 73 대 1의 경쟁률(2016년 공채 기준)을 뚫고 들어온 정규직 직원들 반발도 서울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번 서울대 합의가 학내 문제를 넘어 전국 37개 국공립대학 3200명 수준의 비학생조교 고용 문제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학생조교뿐 아니라 시간강사나 학내 시설관리·경비·청소용역 등 비정규직 전반의 고용 문제로 확산될 경우 그 숫자는 10만~2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게 교육계 견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져올 고정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선 서울대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대는 2015년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전체 인력 중 10~16%를 감축할 여지가 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정규직 직원을 무한정 늘릴 순 없다”며 “정규직 비율을 늘리되 규모는 줄여 효율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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