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회사 보조금 100억 줄이기로 기사 채용 비리 방지책도 내놔
시행 앞둔 제주·경기 변화 촉각
[ 박상용 기자 ] 서울시가 방만 운영과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던 ‘시내버스 준(準)공영제’에 메스를 꺼내들었다. 버스회사 적자를 보전하는 지원금을 연 100억원 이상 줄이고 평가 기준을 강화해 운전기사 채용 비리 등을 근절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제주도 등 전국적으로 준공영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보조금 줄이고 채용비리 근절
서울시는 시내버스의 표준운송원가 산정 기준과 평가지침,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완료됐다고 28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버스회사 반발로 어려웠지만 경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 대책 마련을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제도 개선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4년 7월 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래 대대적인 제도 개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표준운송원가를 68만4945원으로 한 해 전(69만947원)보다 6002원 낮췄다. 표준운송원가는 인건비와 연료비, 정비비 등 하루에 차량 한 대를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이 원가보다 버스 운행 수입이 적으면 시가 부족분을 보전해준다. 원가가 10만원인데 운행 수입이 7만원이면 3만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번 인하로 서울시는 연 100억원가량을 절감한다. 이는 전체 지원액(약 2200억원)의 4.5% 수준이다.
예비차량에 대한 지원금도 줄인다. 차량 한 대에 지급되는 지원금을 연간 약 5000만원 아낄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또 올해 임금인상률이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인 2.4%로 결정됐다. 올해 공무원 임금인상률(3.5%)보다 낮은 수준이다.
◆비리·모럴해저드의 온상 달라질까
버스 준공영제는 시가 노선 조정과 감차 등의 권한을 갖되 버스 회사 적자분을 전액 보전해주는 제도다. 버스회사들이 잇단 파산 위기를 겪자 2004년 서울시가 처음 도입했다. 노선 폐지 등으로 시민 불만이 커지는 것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컸다. 이후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인천 등으로 차례로 확대됐다. 제주도는 올 8월 시행 예정이고 경기도는 연말 도입 예정이다.
하지만 준공영제는 비리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온상이란 평가도 받아왔다. 지난 24일엔 버스 정책 담당 서울시 공무원이 비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자살했다. 한 버스업체 대표로부터 “노선 운행 차량 대수를 늘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1억원이 넘는 현금을 받은 혐의였다. 부산에서는 지난주 대규모 운전기사 채용 비리가 터졌다. 준공영제로 운전기사가 인기 직종이 되자 노조와 회사 임직원이 짜고 취업 희망자에게 뒷돈을 받아 챙기는 취업 장사를 한 것이다. 서울시는 채용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평가 항목에 ‘운수종사자 채용 표준절차 준수 여부’를 추가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지원하는 손실 보전분은 한 해 2000억원이 넘는다. 경영 실적에 관계없이 해마다 적자분이 보전되다 보니 일부 버스회사는 연 1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임원은 5억원 안팎의 고액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서비스 개선은 외면하는 등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준공영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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