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생로병사
[ 송형석 기자 ] 전통적인 기업들은 성장을 위한 대부분의 재원을 순이익에서 조달했다. 사업을 통해 번 돈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원을 뽑거나 연구개발(R&D)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들에게 오너의 지분은 ‘최후의 보루’다.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만드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 때만 새로운 주주를 끌어들였다.
이른바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기술 기반 벤처기업의 ‘성장 공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창업자의 지분을 지렛대 삼아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 집중한다. 이들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이익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척도는 벤처캐피털(VC) 등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을 얼마나 비싸게 팔았는지다. 실리콘밸리에 근거를 둔 한국 스타트업인 차트매트릭스의 조성문 대표는 “어떻게 그림을 만들어야 다른 회사들이 M&A에 관심을 보일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사업 모델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의 첫걸음은 지인으로부터 초기 창업자금을 모집하는 ‘엔젤 투자’다. 사업 아이디어만 있는 단계로 50만달러 정도의 투자를 받아 기업의 초석을 마련한다. 직원들의 월급도 대부분 스톡옵션으로 해결한다. 기업이 성공했을 때의 ‘과실’을 나누자는 조건을 내걸지 않으면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A급 인재를 끌어들이기 힘들다.
두 번째 성장 단계는 ‘시드 투자’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마련됐을 때 100만달러 안팎의 자금을 조달한다. 시드 투자를 많이 받는 것은 ‘금기’다. 오너의 지분율을 일찌감치 낮출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단계가 되면 판이 커진다. 시리즈 A, B, C 등으로 불리는 추가 투자 기회를 통해 기업 가치를 1000만~1억달러 수준까지 높인다. 보통 시리즈 A에 참여한 VC들이 시리즈 B와 C에도 참여해 지분을 확대한다. 시리즈 C단계쯤 되면 창업자의 지분율은 10% 밑으로 떨어진다. 윤정섭 미띵스 대표는 “시리즈 C 이후의 기업들은 경영의 전권이 이사회에 있다”며 “창업자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보내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팰러앨토=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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