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이헌수 KIC 실리콘밸리센터장
[ 송형석 기자 ] “새끼 호랑이인 줄 알고 데려왔더니 살찐 고양이인 경우가 많아요.”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실리콘밸리 글로벌혁신센터(KIC)를 이끌고 있는 이헌수 센터장(사진)의 이야기엔 가시가 가득했다. ‘실리콘밸리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찾는 한국 스타트업이 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만한 잠재력을 갖춘 곳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KIC 실리콘밸리 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설치한 액셀러레이터다. 초기 단계의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멘토 프로그램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과 페이스북 등 현지 대기업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실리콘밸리에 처음 온 한국 스타트업의 문제점을 묻자 “준비도 안 됐는데 벤처캐피털(VC)부터 만나겠다고 덤비는 곳이 너무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매력적인 사업모델을 갖춘 글로벌 스타트업이 매일 수천 개씩 등장하는 전쟁터”라며 “이곳에서 고객 기반을 형성하고, 사업을 비즈니스로 풀어낼 만한 인력을 갖춘 뒤에 VC의 문을 두드려야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천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센터장은 “한국 스타트업의 80%가 일반인을 타깃으로 한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며 “서비스가 독특하다고 해도 진입장벽이 낮으면 후발주자에 금세 따라잡힌다”고 말했다.
한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유독 많은 나라다. 미래부는 물론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많은 정부 부처가 실리콘밸리로 한국 스타트업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관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의 비용 대비 효율이 낮다는 데 있다. 이 센터장은 “얼마나 많은 기업을 보냈느냐가 정부의 사업평가 기준”이라며 “지원 기업의 숫자를 줄이더라도 스타트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새너제이=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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