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은 '일자리 낳는 거위'…대형 3사, 10년간 매년 9000명씩 채용

입력 2017-05-29 17:27   수정 2017-05-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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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유통산업 <2>'고용 있는 성장' 이끄는 유통업

아울렛 생긴 부여, 인구 1%가 롯데 직원
'스타필드 하남' 들어설 때 5000명 채용
매출 10억 올리는 데 필요한 인력, 유통업 평균 2.4명…제조·건설업 0.9명
신세계 고용증가율 154% '재계 3위'…롯데 "3년 안에 7만명 더 뽑겠다"



[ 안재광 기자 ]
‘고용 없는 성장’이란 말을 많이 한다. 제조업은 자동화와 해외 진출로 성장을 해도 고용을 크게 늘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통업은 예외다. 지난 10년간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3개 그룹은 급성장하며 고용도 크게 늘렸다. 3개 그룹 직원 수는 작년 말 17만3637명에 달했다. 2006년보다 8만9905명 늘었다. 이는 재계 4위 SK그룹 전체 직원 수(8만3645명)보다 많은 숫자다. 고용의 질에 대한 논란에도 유통업은 지난 10년간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고용 있는 성장’을 했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했다.

신사업이 새로운 수요와 고용창출로

한국경제신문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보 포털에 있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 30곳을 전수 조사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3사 직원 수는 10년 전에 비해 107.3% 늘었다. 같은 기간 비교 가능한 26개 대기업의 평균 증가율(53.3%)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유통사들은 10년간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벗어나 아울렛, 복합몰 등 신규 비즈니스를 통해 새 수요를 창출했다. 그리고 이를 고용 증가로 연결시켰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사들의 사업 확장과 새로운 시도는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다”며 “한계 상황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의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대체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롯데아울렛 부여점이 대표적 사례다. 2013년 아울렛이 들어서기 전 주변에는 변변한 공장 하나 없었다. 인구가 7만여 명밖에 안 되는 소도시에 롯데는 아울렛, 리조트, 골프장을 지어 500명이 넘는 직원을 한꺼번에 고용했다. 현재 롯데 직원만 780여 명에 달한다. 롯데 직원이 부여 인구의 1%를 넘는다.

복합쇼핑몰 하나 생기면 일자리 2000개

지난해 9월 문을 연 스타필드하남에는 5000명이 근무한다. 작년 12월 개장한 롯데 은평몰 직원은 2000명에 이른다. 지난달 영업을 시작한 신세계 시흥아울렛에는 1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8개월 새 세 개의 복합몰이 만들어낸 일자리만 8000개에 달한다.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서면 대규모 채용이 뒤따른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한 곳에는 자사 직원 100여 명이 필요하다. 청소 경비 등 용역직원, 브랜드별 판매사원을 합치면 500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한다. 대형마트는 점포 한 곳당 평균 400~500명, 교외형 아울렛은 700~800명, 복합쇼핑몰은 1500~2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유통의 고용 창출 효과는 다른 대기업 그룹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보 포털에 올라온 30대 그룹 가운데 직원 증가율 상위 10개 그룹에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모두 들어간다. 롯데 직원 수는 2006년 말 5만여 명 수준에서 작년 10만 명을 돌파했다. 롯데가 늘린 직원 수(4만7810명)는 재계 2위 현대자동차(4만7710명)보다 많았다.

고용 증가율만 놓고 보면 신세계가 롯데를 앞섰다. 2006년 말 2만3000여 명에서 작년 말 5만8000여 명으로 약 2.5배로 증가했다. 재계 10위권인 신세계는 직원 수만 봤을 땐 5위에 해당한다. 신세계가 10년간 신규 고용한 3만5717명은 재계 6위 포스코(5545명), 7위 GS(1만7251명), 9위 현대중공업(5456명)의 신규 고용 인원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앞으로도 계속 뽑는다”

매출이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도 유통업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은 사람이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매출 10억원을 올리기 위해 2.75명의 직원을 쓰고 있다. 롯데는 1.36명, 현대백화점은 2.04명이다. 이에 비해 삼성(0.87명) 현대자동차(0.97명) LG(0.66명) 포스코(0.62명) 등 10대 그룹사 대부분은 매출 10억원당 직원 수가 한 명 미만이었다. 산업별로 비교하면 유통업 전체 평균은 2.4명으로 제조 및 건설업(0.9명) 금융업(1.5명) 등에 비해 높았다. 유통 3사들은 앞으로도 대규모 채용을 이어갈 계획이다. 롯데는 3년 내 7만 명을 신규 고용하기로 했다. 또 비정규직 직원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올 하반기 경기 고양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열 계획인 신세계는 “올해 1만50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스타필드 고양점에서만 3000여 명의 신규 채용을 계획 중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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