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면접 '노쇼'·합격 후 '잠수'…스타트업 채용 잔혹사

입력 2017-05-30 08:30  

스타트업 인력난 '고착화'…신입사원은 하늘의 별따기
하루 일하고 잠수타는 직원도 태반
스타트업 열풍 이면 실상에 실망




"면접 당일 회사가 집이랑 멀어서 못가겠다고 연락이 왔다니까요."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A사의 김모 대표는 요즘 사람 뽑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을 본격 확대하면서 일이 늘어났지만 직원 채용이 쉽지 않은 탓이다. 김 대표는 "연락도 없이 면접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 지원자도 많다"며 "사람 뽑기가 이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스타트업의 일손 부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최근 회사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전보다 커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돈줄이 말라 인재 투자에 소극적인 데다 스타트업에 대한 허상이 깨지면서 구직자들의 지원 자체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업계에서 인력난이 가장 심한 연차는 신입사원이다. 경영진이나 임원은 경력직을 스카웃한다고 쳐도 정작 현장에서 뛰어야 할 실무진은 공석인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투자 유치 등으로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이더라도 괜찮은 신입사원 뽑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B스타트업 채용 담당자는 "스타트업은 신입사원의 경력이 쌓여서 또다른 신입사원을 끌어주는 구조가 정착되기 어렵다"며 "일을 배우고 숙지하기도 전에 그만두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토로했다.

경력직 채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는 대개 몸값을 크게 높이려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투자 유치가 부진하면 대다수 회사들이 경력자들의 연봉 눈높이를 맞추기가 버겁다.

스타트업 인력난이 고착화된 데는 스타트업에 대한 실상이 드러난 영향도 있다. '창조경제'와 스타트업 열풍이 한 차례 지나가면서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불확실성이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특히 자유롭고 유연한 직장생활, 조직문화를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스타트업 근무 강도는 대기업 대비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규모 회사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직무를 동시에 맡아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C스타트업 마케팅팀장은 "똑같은 직군이라도 스타트업에서는 대기업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다 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합격자가 출근 후 직무 설명을 듣고는 하루 만에 잠수를 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계나 법무 등 전문성이 강한 직군일 수록 고유 업무만 고수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멀티플레이형' 직원을 기대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구직자 입장에서 '일 많은 스타트업'에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기업보다 적은 연봉을 받으면서 해야할 일은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액 연봉보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구직자들이 많은 점도 이같은 현상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12월 구직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5.5%가 '평균 수준 연봉과 야근 적은 기업'을 선호했다. '높은 연봉과 야근 잦은 기업'을 택한 응답자는 11.8%에 그쳤다.

최근 한 스타트업에 입사한 조모씨는 "연봉 대신 저녁이 있는 삶을 선택했는데 최근에는 주말에 일을 해야할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구직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투자금을 믿고 통큰 복지와 고액 연봉을 약속했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한 스타트업에서 4개월 근무 후 퇴사한 남모씨는 "예정된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회사 상황이 안좋아졌다"며 "월급이 계속 밀렸고 어떤 달은 반만 들어오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업계 불확실성이 수면 위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의 보다 적극적인 회사 홍보와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지도 높은 소수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스타트업이 정보 공유에 소극적이어서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창구도 없는 셈이어서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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