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스타벅스가 작년 연말 경품 행사를 했다가 벌어진 소송전에서 패하면서 99명의 소비자에게 1년치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하기로 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억 3000만원어치다. 스타벅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평소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A씨. 작년 연말 스타벅스가 하는 연말 경품 행사에 참여했다. SNS에 특별한 사연을 올리면 100명을 추첨해 1년간 매일 톨사이즈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준다는 행사였다. 정성껏 쓴 자신의 이야기를 올렸다. 당첨자 100명의 이름엔 A씨의 이름도 있었다. 하지만 당첨 쿠폰이 도착했을 때 A씨는 분노했다. 1년 무료 음료 쿠폰 대신 ‘음료 1잔 무료 쿠폰’이 왔기 때문이다.
A씨는 스타벅스에 경품 안내와 실제 수령한 쿠폰이 다르다고 항의했다. 스타벅스 측은 “1회 음료권을 주는 행사와 1년간 쿠폰을 주는 다른 경품 행사가 동시에 공지됐는데, 이미지를 올리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안내글은 제대로 올라갔는데, 같이 따라붙는 이미지에 혼동이 있었다는 얘기였다. A씨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스타벅스 측은 “쿠폰 20장과 다이어리를 주겠다”며 합의를 시도했다. A씨는 결국 “스타벅스 애용자로서 분노한다. 소비자 권리를 되찾겠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6300원짜리 다크모카 프라푸치노 1잔을 364일 동안 먹을 수 있는 금액인 229만3200원을 배상금으로 요구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단독(조정현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스타벅스는 A씨에게 229만320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을 대리한 최수진 변호사는 재판에서 “스타벅스가 A씨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문구가 너무 작기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다는 주장을 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처신을 했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는 판결문이 나온 직후 연일 긴급 회의를 열었다. 100명의 당첨자 중 나머지 99명이 집단행동에 나설 것에 대비해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29일 99명의 나머지 당첨자에게도 ‘365일간 무료 음료 1잔’ 쿠폰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처음 경품 행사를 진행할 당시 100명에게 1잔씩 무료 음료를 주는 것이 우리의 기획 의도였고, 그 과정에서 명백한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99명의 다른 고객에게도 A씨와 같은 배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명의 고객과 스타벅스 소송전을 두고 업계에서는 ‘스타벅스답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진출한 건 1999년. 이화여대 앞 1호점을 시작으로 10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연매출 1조원을 넘길 때까지 스타벅스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이 ‘고객관리’였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충성 고객인 ‘마이 리워드 멤버십’ 가입자는 현재 300만명이 넘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동종 업계에서 성공적인 마케팅의 0순위 사례로 꼽혀왔고, 큰 잡음 없는 기업 중 하나였다”며 “이번 일로 배상해야 할 금액이 그리 큰 금액은 아닐 지 몰라도 평판에 금이 간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타벅스 한 관계자는 “처음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했어야 할 문제였다”며 “이를 헤아리지 못한 채 우리의 처음 의도만 생각하고 소비자에게 이를 이해해달라고 말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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