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의 화려한 귀환…숨막히는 전쟁 액션 '상상초월'

입력 2017-05-30 18:31   수정 2017-05-31 06:42

캐릭터 탄생 76년 만에 첫 실사영화 '원더우먼' 31일 개봉

아마존 여성왕국의 공주가 1차 세계대전 전사로 맹활약
총알 튕겨내는 장갑·무적의 칼과 방패 활용한 액션 볼거리



[ 유재혁 기자 ] 근육질 남성이 판치는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 속 슈퍼히어로 중에서 원더우먼은 드문 여성 캐릭터다. 강인하면서도 지혜롭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남성성과 함께 여성성을 겸비했다. 그리스 최고의 신 제우스가 보살피는 낙원에서 공주로 태어나 성장한 덕분에 어두운 시절이나 상처 입은 과거가 없다. 복수심도 없다. 인간에게 선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선이 악을, 평화가 전쟁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완벽하고 이상적인 초인 영웅 캐릭터를 참신하게 그려낸 할리우드 액션 대작 ‘원더우먼’이 31일 개봉한다. 1941년 윌리엄 몰턴 마스턴이 DC코믹스에 그린 원더우먼은 그동안 TV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사 영화로 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릭터 탄생 76년 만이다.

이 영화는 원더우먼의 탄생 편이다. 원더우먼(갤 가돗 분)은 신들의 가호를 받는 아마존 종족이 세운 여성왕국 데미스키라의 공주 다이애나다. 전사의 운명을 받고 태어난 다이애나는 어릴 때부터 무예를 익히며 성장한다. 헤라클레스의 힘과 헤르메스의 빠르기를 갖춘 천하무적 원더우먼이 된다. 그녀는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과 아테나의 지혜마저 겸비한 신적인 존재다.

영화는 낙원 같은 데미스키라 풍광과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비교하며 문명을 강력히 비판한다. 데미스키라는 아름다운 경관에서 여전사들이 활과 칼을 사용하는 신화 속 세상이다. 다이애나는 불시착한 조종사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 분)를 통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운명처럼 전장으로 뛰어든다. 1차 세계대전은 적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장소에 폭탄을 터뜨려 불특정 다수의 인명이 희생된 최초의 전쟁으로 평가된다. 산업혁명으로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달한 결과다.

다이애나는 인간이 수백만 명을 죽이는 전쟁을 벌이는 것이 전쟁의 신 아레스의 조종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를 없애기 위해 찾아 나선다. 한없이 순수하고 이상적으로만 보이던 다이애나는 시간이 흐르며 현실적인 트레버 대위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정의를 회복하도록 이끈다.

무엇보다 영화는 그릇된 신념이나 과도한 욕망을 비판한다. 아레스는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인간들은 가치 없는 존재니까 전쟁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더우먼은 인간을 평가하는 데는 가치보다 믿음과 사랑이 중요하다고 맞선다. 섣부른 가치를 앞세워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행동을 경계한다.

하이라이트는 원더우먼의 액션이다. 진실을 말하게 하는 올가미, 총알을 튕겨내는 건틀렛(긴 장갑), 부러지지 않는 명검 갓킬러, 무적의 방패 등을 활용한 다양한 액션이 볼 만하다. 특히 다이애나가 전장에서 티아라(왕관형 머리장식)를 쓰고 갑옷을 드러내며 원더우먼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여성 슈퍼히어로를 내세운 이 영화는 여성 연쇄살인마의 행적을 그린 데뷔작 ‘몬스터’(2004)로 호평받은 여성 감독 패티 젠킨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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