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로펌들 'P플랜 열공'…"기업회생 시장서 기회 잡자"

입력 2017-05-30 18:34   수정 2017-05-31 17:05

김앤장, 해외 법제·실무 연구에 도산팀 재편도
태평양·세종·율촌 등도 전문가 영입에 공들여



[ 이상엽 기자 ] 사전회생계획제도(프리패키지플랜·일명 P플랜) 간담회가 열린 지난 3월29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금융감독당국과 주요 은행, 대형 로펌 및 회계법인 등의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작년 8월 도입된 P플랜 활성화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올해 3월 서울회생법원 출범으로 회생, 파산 등에 관심이 크게 높아진 덕분이다. 지난 27일에는 한국도산법학회와 도산법연구회가 서울회생법원과 손잡고 채무자 회생 방안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개인 파산과 기업 회생 등을 다루는 조직을 재정비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로펌은 지금 P플랜 ‘열공 중’

회생 및 파산 부문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P플랜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한 방법인 P플랜은 채무 조정과 워크아웃을 혼합한 형태다. 회생절차 이전에 채무자가 미리 인수 예정자를 결정하고 투자계획 등을 반영해 인수합병을 추진한다. 회생계획안을 짜놓은 뒤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때문에 2~3개월 안에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로펌업계는 P플랜을 비롯해 회생과 파산 분야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환영하고 있다. 회생 의지만 있으면 채무자도 얼마든지 초안을 짤 수 있는 P플랜은 로펌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떠올랐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중견기업이 P플랜에 관해 문의하고 있다”며 “회생법원 개원으로 경영계에서 P플랜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전했다.

주요 로펌은 ‘뉴스레터’를 작성하며 잠재 고객에게 각자의 전문성을 어필하고 있다. 김앤장은 회
생법원 전신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출신 변호사와 국책은행에서 워크아웃을 담당한 금융 전문위원을 중심으로 도산팀을 재편하고 있다. 법원의 실무운용 방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연구하고 미국 일본 등 외국 법제 및 실무 연구도 하고 있다.

광장은 지난해 말 기존의 도산팀을 M&A, 인수금융까지 포괄하는 ‘기업구조조정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워크아웃 등 법정 도산절차 이전단계부터 사전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의정부 경전철 파산사건을 맡았다. 태평양은 회생절차를 비롯해 기업 구조조정에 특화한 기업구조조정팀을 중심으로 자체 세미나를 수시로 열고 팀원들이 최근 기업 구조조정 경향을 숙지토록 하고 있다. 세종은 한국도산법학회장을 지낸 이영구 변호사(13기)를 주축으로 사내 세미나를 통해 전문성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복기 세종 변호사(30기)는 “법인도산팀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적으로 송무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바른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도산제도개선특별위의 간사를 역임한 조동현 변호사(35기)를 영입해 도산과 관련한 자문 역량 강화에 나섰다.

율촌은 해운사 도산 및 조건부 자율협약 부문에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진해운 해외 채권자들을 대리해 회생절차에 참여한 김철만 변호사(23기)를 주축으로 한 율촌 도산팀은 전문인력을 충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화우의 이준상 변호사(23기)는 “회생법원 출범으로 변호사의 전문성이 더 중요해졌다”며 “고객이 새롭게 달라지는 제도에 당황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생법원, ‘허브 코트’ 구축한다

회생, 파산 등에 법조계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3월2일 출범한 서울회생법원 영향이 크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3개월 동안 업무와 제도 안정화에 주력했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자평하고 있다”며 “회생과 관련한 ‘허브 법원’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부, 공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각 분야에 흩어져 있는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서두를 방침이다. 회생법원은 지난달엔 고용노동부와 개인 채무자의 실질적 재기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법원 안에 ‘뉴스타트 상담센터’를 열고 개인 회생과 파산 무료상담 서비스도 시작했다. 오는 9월엔 미국 일본 등의 해외 법관을 초청해 첫 국제 규모 도산 콘퍼런스도 열 예정이다. 이경춘 회생법원장은 “한국을 도산 분야 국제 허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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