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안전자산 수익률, 물가 상승폭도 못 따라잡아
위험자산 투자 동시에 글로벌 자산 배분으로 수익률 변동성 낮춰야
한국시장은 주식 유망…아시아 증시서 가장 저평가
[ 나수지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수익률은 물가상승폭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요.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도 글로벌 자산 배분으로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조지 에프스타토폴로스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사진)는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미국이나 독일의 10년물 국채에 투자하면 연 4%가량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거두려면 신흥국의 현지 통화채권이나 뱅크론 같은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대신 수익률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글로벌 자산에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뱅크론은 신용등급 BBB- 이하인 중견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주는 변동금리형 선순위 담보대출이다. 수익률이 3개월 만기 리보(Libor·런던은행 간 금리)와 연동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수익도 늘어난다.
에프스타토폴로스 매니저는 6년 전부터 ‘피델리티 글로벌 멀티에셋 인컴펀드’의 포트폴리오운용팀에서 일하고 있다. 글로벌 멀티에셋 인컴펀드는 다양한 국가별 자산에 투자해 손실을 피하면서 수익률 변동성을 낮추는 게 목표인 상품이다. 목표수익률은 연 5% 안팎이다. 국내에서는 2014년 판매를 시작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으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자산을 주로 담는다. 고배당주와 채권, 사모대출, 자산유동화증권(ABS),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등이 대표적이다. 단기간에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함께 넣는다. 인프라 등 대체투자 자산에 전체 펀드 자산의 10~15%를 투자하는 이유다.
그가 올해 주목하는 자산은 신흥국 현지통화채권, 뱅크론, 금융회사 후순위 채권이다. 에프스타토폴로스 매니저는 “3~5년 전보다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가 저평가된 상태”라며 “채권 이자소득뿐 아니라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어 포트폴리오의 8~13%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론은 채권과 달리 변동금리를 적용받으면서도 기업 부도 때 다른 투자자들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어 안정적이라는 점을 투자 이유로 꼽았다. 금융사 후순위 채권에 대해서는 유럽의 금융규제 강화로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에서는 주식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은 어떤 기준으로 분석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저평가됐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혜택을 볼 수 있는 한국 은행주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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