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F 수출액 127억으로 작지만 타섬유제품으로 확대되나 촉각
한국 가전·철강도 수입제한 요구
[ 김보형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산 제품 반덤핑 조사가 철강과 태양광, 섬유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반덤핑 관세 부과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 인도 등 5개국에서 수입한 폴리에스테르 단섬유(PSF)의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폴리에스테르 단섬유는 지름이 3데니어(섬유 굵기를 표시하는 단위) 미만인 미세 섬유로 의류와 침구류 등 직물과 기저귀, 커피 필터 등에 쓰인다. 난야플라스틱과 어리가폴리머 등 미 섬유업체들은 한국 등의 PSF 덤핑 수출로 피해를 봤다며 27.16~45.2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사 대상 한국 기업은 도레이케미칼과 휴비스, 다운나라, 부림케미칼 등 다섯 곳이다. 한국의 대미 PSF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1136만달러(약 127억원)다. 올해 1분기에는 330만달러(약 36억원)를 미국에 수출했다.
ITC는 자국 업체의 피해 여부 등을 조사해 다음달 17일까지 예비 판정을 내린다. 반덤핑 조사 통보를 받은 한국 업체 관계자는 “PSF 수출액은 크지 않지만 다른 섬유 제품으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국산에 대한 압박을 단계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월 한국산 가소제(플라스틱 첨가물) 반덤핑 조사를 벌여 LG화학과 애경화학에 3.96~5.75%의 예비 관세를 부과했다. 예비 관세는 일단 관세를 부과한 다음 최종 판정이 다르게 나면 차액을 돌려주거나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2월에도 타이어와 호스 등에 쓰이는 에멀션 스티렌-부타디엔고무(ESBR)를 미국에 수출한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에 최고 44.3%에 달하는 반덤핑 예비 관세를 물렸다.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미국 기업들은 아예 “한국산 제품 수입을 막아달라”는 건의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 최대 가전회사 월풀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수입을 제한해 달라는 세이프가드 청원서를 ITC에 제출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채취에 사용되는 유정용 강관 시장을 한국산이 장악했다는 이유로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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