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 코랄 가스전 FLNG
축구장 4개 넓이·21만t 설비
전세계 발주 4척 중 3척 수주
과거 일괄수주 전철 안 밟는다
프랑스 설계사·일본과 컨소시엄 구성
해양플랜트 발주 늘어날 가능성
조선 부실 주범서 효자될 지 관심
[ 안대규 기자 ]
삼성중공업이 아프리카 남동부 모잠비크 해안에 들어갈 25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해양플랜트 수주를 따냈다. 글로벌 경기회복 등에 힘입어 조선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발주도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4척 중 3척을 수주함으로써 해양플랜트 시장의 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수주 리스크는 분산
삼성중공업은 총 25억달러(약 2조8500억원) 규모의 모잠비크 코랄 가스전에 투입될 FLNG를 건조하기로 계약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번에 수주한 FLNG는 축구장 4개 넓이(길이 439m, 폭 65m)에 높이 38.5m로 자체 중량만 21만t에 달하는 초대형 해양설비다. FLNG란 심해 가스전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를 해상에서 바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액화시켜 저장하는 복합설비를 말한다. 기존 육상의 LNG 액화 저장설비를 해상에 옮겨 놓은 것으로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비용 절감 효과가 커 점차 수요가 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설비는 2022년부터 가동되며 연간 340만t의 LNG를 생산할 수 있다. 코랄 가스전은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ENI가 운영하며 한국가스공사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2015년 6월 입찰 이후 2년 동안 이 수주를 따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ENI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번 수주를 위해 세계 최고 해양플랜트 설계회사인 프랑스 테크닙과 LNG 처리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JGC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삼성은 FLNG 선체의 설계와 제작을 맡고 상부플랜트 상세설계는 테크닙과 JGC 등에 맡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해양플랜트를 무리하게 턴키방식(일괄수주)으로 수주했다가 엄청난 적자를 떠안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FLNG 4척 가운데 3척을 수주했다. 생산용 해양플랜트뿐만 아니라 드릴십 등 시추용 해양플랜트에서도 삼성은 세계 1위다. 삼성중공업은 또 올 들어 총 13척에 48억달러의 수주를 기록해 연간 수주목표(65억달러)의 74%를 달성하게 됐다.
◆해양플랜트 얼마나 늘어날까
업계는 이날 삼성중공업의 대형 수주를 조선에 이어 해양플랜트 산업도 회복세에 가세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 속에서 조선업계 최고의 ‘캐시 카우’로 자리잡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유가 하락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의 과당경쟁이 야기한 저가 수주로 국내 조선업계 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BP, 쉐브론, 로열더치쉘, 스타토일 등 해양플랜트를 발주하는 글로벌 석유업체들이 원가절감과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유가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다시 일감이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기술 개발과 구조조정 노력 등으로 글로벌 해양자원 개발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60~70달러 수준에서 40달러 선으로 낮아졌다”며 “세계경기 회복세를 타고 발주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작년 배럴당 20달러대로 저점을 찍은 뒤 50달러 수준으로 올랐고 2020년 이후 석유공급이 부족해져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양플랜트 전문가는 “4~5년 뒤 석유 수급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 시점에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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