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치매책임제 '용두사미' 안되려면…

입력 2017-06-02 18:19  

현장에서

여태 손 놓고 있던 복지부, 급박하게 치매 대책 마련
반짝정책 아닌 '연속성' 지녀야



[ 전예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시내 요양원을 방문했다. 대선 공약인 ‘국가치매책임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환자와 가족, 간호 종사자의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곳은 서울 강남구 세곡동에 있는 서울요양원이다. 의료진이 있는 요양병원과는 달리 요양보호사가 환자를 돌보는 복지시설이다. 치매 어르신을 모시고 있지 않다면 두 곳의 차이를 알기 어렵다. 대부분 사람이 서울 근교에 즐비한 요양병원 간판을 보고 “한국에 요양시설이 불필요하게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요양병원은 많지만 건강 상태가 양호한 치매 환자들이 가기엔 경제적 부담이 컸다. 요양원은 시설과 서비스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다. 시설이 좋은 곳은 경쟁률이 높아 들어가기 어렵다. 중증 치매 환자는 민간 시설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치매 환자들을 방치해왔다.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전국 노인요양시설 현황 데이터만 보고 현장을 등한시한 결과다.

그런 점에서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선 문 대통령이 서울요양원을 찾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요양원은 전국에서 유일한 국립 요양원이다. 최신 시설과 양질의 서비스로 치매 환자의 만족도가 제일 높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치매 환자의 애환을 살펴보겠다는 것은 현실과 정책의 괴리감만 키울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치매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선 치매 정책이 사실상 ‘올스톱’이었다.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3차 국가치매관리종합대책’은 최순실 사태로 레임덕이 시작되면서 제대로 이행된 게 없다. 한국인의 생활습관을 고려해 개발하겠다던 치매예방실천지수는 작년 말 완료됐어야 하지만 아직도 결과물이 없다.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여행 바우처 사업도 1년이 지난 지금 한 가족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

손놓고 있던 보건복지부는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자 급박하게 치매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치매책임제는 현장을 도외시한 채 이름만 바뀌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치매안심병원은 2008년 정부가 추진했다가 유명무실화한 치매거점병원과는 달라야 한다. 치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반짝’ 주목받고 사라지는 정책보다 정권이 바뀌어도 추진 동력을 잃지 않는 지원책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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