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전쟁터에 나갔을 때의 일이다. 적군은 아군보다 10배 많았고, 병사들은 “이젠 결국 삶이 끝나는가 보다”며 겁에 질려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그는 동전을 하나 들고 모두에게 말했다. “내가 만약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온다면 우리는 이 전쟁에서 아주 큰 승리를 거둘 것이다. 그러나 동전의 뒷면이 나온다면 아마도 패배하게 될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비장한 표정으로 동전을 하늘 높이 던졌다. 숨이 멈출 것 같은 긴장의 순간, 모두는 땅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주시했다. 동전의 문양이 번쩍이는 것을 본 병사들은 앞면임을 확신했다. 승리의 확신에 찬 그들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적을 격파했고 전쟁에서 크게 승리했다.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한 장수가 말했다. “운명이란 정말 무섭군요. 동전의 앞면이 나온 것처럼 승리를 할 수가 있었다니….”
그러자 알렉산더 대왕이 대답했다. “내가 비밀 한 가지를 알려주겠소. 사실 그 동전은 양쪽이 모두 앞면이었다오.” 전쟁의 열세를 피하기 위해 알렉산더가 마련한 묘책은 바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지지 않는 싸움의 기술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다. 사람은 태어나서 일정 기간 지나면 육신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사회적으로 보더라도 직장에 입사하고 승진을 통해 성장하다가 결국엔 퇴직을 맞이하게 된다. 생애주기별로 보더라도 결혼을 하고 자녀를 출산하고,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책임지며, 자녀들의 결혼과 독립 그리고 자신의 노후를 바라보는 시점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생물학적, 사회적, 생애주기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흥망성쇠를 대면하게 된다. 이것을 안다는 것은 정답지가 제시된 채 오픈북 시험을 보는 것처럼 결코 지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속담이 있다. 결국 미리 준비하는 자만이 지지 않는 싸움을 이뤄낼 수 있다. 노후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젊은 내가 미래의 늙은 나를 위해 미리 준비해주는 선물이 바로 노후연금이다. 사람들의 보편적 특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출에 대한 소비방어다. 안타깝게도 연금보험은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상품이다.
단발성 지출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계획성 있게 지출해야 하는 장기상품이므로 사람들이 방어기제를 갖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그러나 더 이상 소득을 벌어들일 수 없고 수입보다는 지출이 더 많은 고령이 된 분들에게 인생을 돌이켜 가장 후회되는 점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10명 중 여덟아홉은 바로 연금에 대한 때늦은 선택과 이해라고 답한다. 조금 더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많이, 하나라도 더 가입하지 못했다는 후회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퇴직을 한다. 수입이 더는 없는 시점에도 필요한 식사와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소비는 필요하기 마련이다. 바로 그때를 위한 현재의 선택이 우리를 지지 않는 싸움 앞에 서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나의 노후는 예고돼 있고 그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는 게 동전의 양면을 쥐고 던진, 절대로 지지 않는 싸움처럼 노후에 웃을 수 있는 방법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더 늦어지는 게 연금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나라도 더, 단 만원이라도 더 준비하자.
손나원 < 농협생명 DM사업부 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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