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도 폐기물도 없는데 매출이 4000억?…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산업가스의 세계

입력 2017-06-04 17:20  

Biz Watch
국내 점유율 1위 에어프로덕츠

공기로 가치 창출
삼성 반도체 공장 옆 꼬마공장, 일반 공기서 특수 가스 추출
고농도 산소·질소 24시간 공급…"우리 없으면 제조업 가동 못해"

석유화학·태양광·제철사 등 고객사 따라다니며 공장 지어야
병원에는 탱크·실린더에 담아 판매



[ 노경목 기자 ]
‘산업용 가스를 아시나요.’

삼성전자가 16조원을 투자한 경기 평택의 3차원(3D) 낸드플래시 공장. 최첨단 3D 낸드를 월 10만 장(웨이퍼 기준) 이상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으로 이달 말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런 ‘거대 공장’도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작은 공장 없이는 돌아가지 못한다. 산업용 가스공급업체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평택공장이다. 여기서 생산해 지하에 매설된 파이프로 공급되는 고농도의 산소와 질소가 24시간 있어야 반도체 공장이 돌아간다. 김교영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사장은 “반도체부터 석유화학, 제철까지 산업용 가스가 필요하지 않은 산업이 없다”며 “모든 제조업을 떠받치는 기간산업”이라고 말했다.

◆질소와 산소의 효능

산업용 가스는 일반 공기에서 산소, 질소, 수소, 아르곤 등을 각각 추출해 고순도로 모은 것이다. 한 번씩 유출 사고가 터지는 불산 등 특수가스와 달리 위험성이 크지 않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같은 산업용 가스공급업체들은 대형 헤파필터로 정화한 공기를 포집해 영하 196도 이하까지 냉각한다. 가스에 따라 어는점이 다른 성질을 이용해 산소와 질소 등을 차례로 추출한다. 김 사장은 “공기에서 추출하는 만큼 원료가 따로 없고, 폐기물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숨쉴 때마다 들이마시는 공기지만 모아놓으면 소중한 산업자원이 된다.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은 질소다. 안정적인 성질의 질소는 다른 가스와 쉽게 섞이지 않아 수분을 보존하고 산화를 방지하는 데 사용된다. 물에 세제를 희석하듯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특수가스 농도를 조절할 때도 질소가 필수적이다. 화학공장에서는 특수가스나 물질이 서로 반응하지 않게 분리한다. 정전 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것에 대비해 만든 대형 저장고에 있는 가스도 질소다.

연소에 도움을 주는 산소는 똑같은 에너지를 들이고도 화력을 높일 수 있어 10~2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산소 배출 부위에 따라 특정 부분에 화력을 집중할 수 있어 유리 제조 등에도 사용된다.


◆그동안 1조2000억원 투자

글로벌 산업가스업체인 에어프로덕츠의 한국 법인인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대성가스산업과 국내 1위를 다투고 있다. 두 회사는 국내 산업가스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다. 지난해 특수가스 사업을 분사한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연매출은 약 4000억원, 영업이익은 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원료비가 들지 않고 공장이 지능화돼 인건비 부담도 낮아 영업이익률은 20%로 높은 편이다. 공기를 압축해 냉각시키며 가스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전기료가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전기료를 낮추기 위해 태양광발전 시스템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는 10억분의 1 수준까지 이물질을 줄인 순도 높은 가스를 공급해야 한다. 공급하는 가스의 압력도 24시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고객사들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기체를 장기간 공급해야 하다 보니 생산시설은 고객 업체 인근에 짓는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평택공장을 비롯해 울산과 구미 등 9곳에 공장을 갖고 있고 전국 40여 곳에서 질소 발생기와 산소 발생기를 가동하고 있다. 그동안 이 과정에서 총 1조3000억원의 시설투자를 했다. 병원 등 비교적 적은 가스가 필요한 곳에는 탱크나 실린더에 담아 판매하기도 한다.

평택=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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