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의원 '홍준표 추대론'
친박계에선 반대 움직임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4일 미국에서 돌아왔다. 5·9 대선 패배 후 잠시 휴식을 취하겠다며 지난달 12일 미국으로 건너간 지 20여 일 만이다. 다음달 3일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귀국한 만큼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홍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지지자들에게 짧게 인사했다. 그는 “고맙다”며 “지난번에 제가 부족한 탓에 여러분의 뜻을 받들지 못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나 자유한국당이 잘 못하는 바람에 대선에 패배했다”며 “그래서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홍 전 지사는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뒤 공항에 대기 중이던 승용차에 올라탔다. 이날 공항은 수백 명으로 추산되는 지지자들이 몰려 홍 전 지사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홍 전 지사는 미국에 머무는 중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 안팎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직설적으로 밝혀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귀국하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거나 “한국당은 쇄신돼야 산다. 이념적 지향점도 바꾸고 지도부도 바꿔야 한다”고 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해선 ‘구(舊) 보수주의 세력’ ‘바퀴벌레’ 등의 표현을 써 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홍 전 지사의 한 측근은 “당권 도전은 기정사실로 보면 된다”며 “조만간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지사가 귀국하면서 한국당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당내에선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홍준표 추대론’이 나오고 있다. 홍 전 지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한국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국면에서 대선 득표율 2위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가 추대론의 근거다.
하지만 친박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추대론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친박계 원유철·홍문종·유기준 의원과 비박(비박근혜)계 나경원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전히 당내에선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친박계 움직임과 ‘정풍 운동’을 선언한 초·재선 의원들의 기류,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복당한 의원들의 행보 등이 변수로 꼽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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