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한·미 정상회담서 트럼프 설득이 최종 관건"

입력 2017-06-05 17:47   수정 2017-06-06 05:16

'사드 논란 해법' 전문가 진단

"안보라인 인선 늦어서 생긴 혼선…봉합되겠지만 한·미 신뢰 악영향"
"외교·안보라인 진용 빨리 갖춰 실무차원 의제 논의 들어가야"



[ 이미아 기자 ] 국내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절차를 둘러싼 논란에 우려하고 있다.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등 고위급 외교·안보 실무 라인조차 정비되지 않은 데다 사드 논란이 자칫 양국 간 신뢰 구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북미국장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드 관련 논란은 결국 한·미 정상회담까지 가야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정부는 절차를 잘 다져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과 협의하고, 시간을 벌려는 것 같은데 속도가 느리다”며 “이 과정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 짓고 실무 과정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제임스 실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이 직접 청와대를 찾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사드 문제를 논의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에 대해 자세히 알면 상호 공감대가 좀 더 넓어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드 논란이 일어난 본질적 이유는 사드 관련 합의가 문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입장에서 모두 전임 대통령 정권에서 진행된 일이기 때문”이라며 “양측은 서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다. 한국은 사드 배치 절차, 미국에선 사드 배치 비용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문제는 길게 끌어 봤자 한·미 양국에 좋을 일이 없다는 점에서 서로 적정선에서 합의는 볼 것”이라면서도 “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미국 측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한국의 사드 논란을 보면서 ‘한국이 우릴 믿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며 “사드 논란은 새 정부에서 한·미 간 전략적 신뢰 구축 과정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은 “이달 말로 잠정 결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려면 이미 외교·안보 진용이 다 갖춰져 회담 의제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논의하는 단계여야 한다”며 “외교부와 국방부 등 관련 장관 인선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맨파워가 너무 빈약하다”고 꼬집었다. 이 전문가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통상부문 전문가고, 이상철 1차장은 예비역 준장 출신이기 때문에 사실상 국방부에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며 김기정 2차장은 경질됐다”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7일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고, 국방부 장관은 후보자조차 지명되지 못한 상황에서 실무자 간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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