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세계대회 서울서 개최 "BB크림 잇는 히트상품 만들 것"
[ 전예진 기자 ] “화장품산업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지난달 26일 대한화장품학회장에 취임한 강학희 한국콜마 기술연구원장(사진)의 포부다. 강 회장은 36년간 화장품 연구개발에 몰두해온 화장품 전문가다. 아모레퍼시픽 연구원 시절 세계 최초로 주름을 개선하는 레티놀 성분의 친수성 화장품을 개발했다. 직접 화장품을 발라보고 테스트하다 보니 ‘화장하는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
강 회장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1981년 당시 싸구려 대접을 받던 한국산 화장품은 이제 세계 여성이 열광하는 ‘K뷰티’의 중심에 섰다. 강 회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조성한 것이 K뷰티의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BB크림이 대표적인 예다. 강 회장은 “치약은 처음엔 가루였고 비누는 양잿물이 시초였다”며 “피부과에서 쓰던 재생크림이 비비크림으로 범용화되면서 한국 화장품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에어쿠션도 마찬가지다. 그는 에어쿠션 특허를 둘러싸고 최근 국내 화장품 업체끼리 소송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고 인정해줘야 또 다른 혁신이 가능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을 접목해 BB크림과 에어쿠션에 이은 제3의 히트 화장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한국 화장품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3C’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력),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 크리에이션(creation·창조)이다. 강 회장은 “여러 사람의 의견과 기술을 모으는 집단지성이 제일 중요하다”며 “경쟁자인 회원들을 모아 한국 화장품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세계화장품학회장도 맡고 있는 강 회장은 오는 10월23일 한국에서 열리는 ‘제30회 세계화장품학회’에서 K뷰티의 경쟁력을 알릴 계획이다. 세계 화장품 전문가 600여 명이 모여 최신 정보를 교환하는 행사다. 강 회장은 “한국 화장품의 인기 비결을 알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K뷰티’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를 개설했다”며 “글로벌 시장에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했다.
강 회장의 꿈은 시트 마스크팩을 뛰어넘는 피부 개선 화장품을 내놓는 것이다. 그는 “얼굴에 바르면 얇은 막을 형성해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필름형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마스크팩과 달리 필름 위에 메이크업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는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신제품뿐만 아니라 기존 화장품의 ‘재탄생’도 강조했다.
강 회장은 “마스카라, 염색약, 매니큐어는 화장품 업계에서 소위 ‘돈이 되지 않는 품목’이라 기술 진전이 더디다”며 “이런 분야도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뤄져 품질이 개선된 제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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