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가 제품 따로 샀지만 창구 통일해 규모의 경제 노려
브랜드·PB상품 공동개발도
[ 안재광 기자 ] 롯데그룹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를 아우르는 글로벌 공동구매 체제를 구축한다.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구매 조직을 하나로 합쳐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공동구매를 전담하는 회사를 세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구매 외에 점포 개발, 자체상표(PB) 상품 개발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소싱협의체 지난달부터 가동
롯데 관계자는 5일 “그룹 내 유통 비즈니스 유닛(BU) 조달 담당자가 참여하는 ‘소싱협의체’를 꾸리고 실무자 회의를 지난달 열었다”며 “계열사가 함께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이 협의체를 통해 선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싱협의체는 롯데 유통 BU 내 14개 계열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최근 구성한 6개 협의체 중 하나다. 각 유통 계열사가 판매하는 상품 중 겹치는 품목은 공동구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계열사들이 각각 상품을 사온 뒤 팔던 것을 앞으론 함께 사서 판매만 따로 하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유통 BU 내 롯데백화점과 롯데홈쇼핑, 편의점 세븐일레븐, 헬스&뷰티 전문점 롭스, 온라인 판매몰 롯데닷컴, 가전 양판점 롯데하이마트 등이 이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소싱협의체를 떼어내 조달만 전담으로 하는 별도 회사로 세우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법인이 설립되면 국내 조달뿐 아니라 글로벌 조달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러시아 등에 있는 점포까지 통합 소싱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 노려
롯데가 글로벌 소싱 조직을 꾸린 것은 경영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롯데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유통기업이다. 8000개가 넘는 편의점, 120여 개의 대형마트, 33개의 백화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아울렛 복합쇼핑몰 등으로 확장해 사업 범위도 가장 넓다. 이들 유통 계열사가 함께 조달에 나서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마트에서 10개, 백화점에서 10개, 편의점에서 10개를 각각 구입하던 것을 합쳐서 30개로 구매하면 가격 등에서 제조사에 더 유리한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 사업의 수익성 감소도 영향을 줬다. 롯데는 과거 각 계열사가 협력해 사업을 하기보다 벽을 쌓아 놓고 경쟁하는 구조였다. 계열사 간 경계가 명확하던 과거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백화점과 쇼핑몰 등 각 업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엔 이 같은 형태가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슈퍼, 시네마 등이 속한 롯데쇼핑은 2012년 5.8%인 영업이익률이 작년 3.2%까지 내려갔다.
◆PB 상품 개발 등도 계열사 함께
구매뿐 아니라 유통 계열사 간 브랜드 유치 및 개발도 공동으로 추진한다. 롯데마트에 있는 의류 브랜드를 롯데백화점에 입점시키는 식이다. PB 상품도 계열사가 함께 기획하고 판매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부터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간편식 PB ‘요리하다’를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는 편의점, 백화점 등에서도 마트 PB 상품을 적극 판매할 계획이다. 점포 개발도 같이 한다. 예컨대 롯데마트 입지 담당자가 “이 부지는 롯데하이마트에 더 적합하다”고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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