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지난 5일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기자들 앞에 섰다. 평소 같았으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설명했겠지만 중요 사안인 만큼 윤 수석이 직접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몰래 반입’ 사건에 관한 브리핑이었다. 문 대통령이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6일 만에 조사를 끝내 많은 기자들이 결과를 궁금해했다.
우선 누가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사실을 숨겼는지가 의문이었다.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연루됐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청와대도 그런 의심을 가지고 조사에 임했다. 그러지 않고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직접 김 전 실장과 한 장관을 불러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 사실을 언론에 공표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고 정의당은 사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무혐의로 판명났다. 대신 청와대는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사드 보고 누락을 지시한 것으로 봤다. ‘사드 몰래 반입’과 ‘보고 누락’의 장본인을 위 실장으로 결론 내린 셈이다.
곧바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당은 “소리만 요란했을 뿐 안보 무능을 고백한 용두사미식 결과였다”고 질타했다. 바른정당은 “김 전 실장과 한 장관이 연루된 사실이 없자 청와대가 성급하게 이 문제를 위 실장 잘못으로 수습하느라 애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조사에서 전혀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국방부가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주한미군에 사드 부지를 두 차례 쪼개 공여하려 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사드 관련 조사는 동맹국인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청와대는 “한·미 공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에게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사드 예산을 다른 데 쓸 수 있다”고 전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말이 허언이기를 바랄 뿐이다.
정인설 정치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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