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논점과 관점]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입력 2017-06-06 17:55   수정 2017-06-14 09:17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올해도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했다. 한국은 평가 대상 63개 나라 가운데 29위에 머물렀다. 인구 2000만명 이상의 주요국 가운데 미국(4위) 독일(12위) 중국(18위) 영국(19위) 일본(26위) 순위가 한국보다 앞섰다. 대만(14위) 말레이시아(24위) 태국(27위) 등 아시아 국가들도 한국 앞에 이름을 올렸다. 1~3위는 홍콩과 스위스, 싱가포르였다.

한국의 최고 순위는 2011~2013년 3년간 유지한 22위다. 2014년 26위로 네 단계나 한꺼번에 떨어졌고 지난해 다시 29위로 내려앉았다. 국가경쟁력 순위가 몇 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IMD 순위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일 굵직한 뉴스들이 쏟아지자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과거 국가별 순위가 발표될 때면 조바심을 내던 정부 관료들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새 정부의 관심이 국가경쟁력 순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관료들은 잘 알았다.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경쟁력 순위

문재인 정부의 핵심 관심사 중 하나는 소득 주도 성장을 뒷받침할 공공 부문 일자리 만들기다. 대통령 1호 업무지시로 설치된 일자리위원회는 속도감 있게 일자리 100일 계획을 내놨고, 정부 역시 신속하게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 일자리 질(質) 개선을 명분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확실히 관심권 밖이다.

IMD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신뢰할 수 있는 지표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편견이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최고경영자(CEO) 설문을 활용하는 데다 IMD가 임의로 부여하는 통계별 가중치의 적정성 등이 단골 시빗거리다. IMD는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로부터 수집한 140여 개의 통계와 전 세계 4000여 명의 CEO 대상 설문을 바탕으로 경쟁력 순위를 산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챙겨봐야 할 항목이 적지 않다. 국가를 경영하는 정책당국자라면 더더욱 챙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 효율, 기업 효율 등에 대한 세부 평가에는 외부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의 환부(患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IMD는 올해 한국 정부에 ‘정치적 혼란 관리’ ‘안정적 경제 관리’ ‘불확실성 최소화’ ‘노동·기업 부문 구조개혁 가속화’ ‘일자리 창출 노력 강화’ 등 다섯 가지를 권고했다. 지난해에는 ‘기업·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 촉진’ 등을 주문했다.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고쳐야 할 고질병들을 정확히 짚고 있다. 국가별 순위가 못 미덥다고 이런 비판까지 내팽개쳐선 곤란하다.

국가경쟁력은 곧 일자리 경쟁력

또 세부 평가에서는 ‘정부 결정 및 집행 효과(43위→49위)’ ‘정치 불안 위험도(50위→59위)’ ‘경영 활동이 규제 때문에 저해받는 정도(55위→57위)’ 등의 순위 하락을 꼬집었다. 노동시장 순위도 대립적 노사관계와 고용경직성으로 인해 바닥권인 52위에 머물고 있다.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도 매년 지적받고 있다. 일부 기업의 잘못도 있겠지만 만연한 기업 때리기가 해외 불신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는 IMD 순위뿐 아니라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경쟁력이 뒤처지면 글로벌 일자리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국가경쟁력 순위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일자리 만들기와 국가경쟁력 확보는 다른 얘기가 아니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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