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의원외교로 라오스에 다녀왔다. 원래 역마살 기질이 있어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른 데다 최근 라오스를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전파를 타면서 관심이 부쩍 높아진 터였다. 직접 경험한 라오스에는 여러 분위기가 혼재돼 있었다. 메콩강 너머로 태국 땅이 보이는 수도 비엔티안에는 태국풍의 불교 사원이 즐비했다.
라오스는 동쪽으로 베트남과 접해 있는데, 두 국가 모두 공산당 독재 체제로 정치적으로 동형(同型)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라오스인을 두고 마음은 태국, 머리는 베트남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방문 첫째 날, 라오스 국회의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양국 간 의회 교류를 활성화하는 한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 확대를 비롯해 한국-라오스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인 만큼 라오스에서의 교육과 문화 공적원조사업(ODA)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둘째 날,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도(古都)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했다.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한 분위기의 루앙프라방 근교에서 KOICA가 벌이고 있는 모자(母子)보건 사업 현장을 찾았다. 이곳 상황은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가 주인공인 유니세프 포스터보다도 열악했다.
영양 결핍으로 발육 부진인 라오스 아이들이 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마주하며 이들을 깨끗이 씻기고 뽀송뽀송한 옷을 입힌 뒤 배불리 먹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절실했다. 교육 원조보다는 백신을 주사하고 위(胃)를 채워서 발육을 정상 상태로 만드는 일이 더 급선무인 듯했다. 머리를 채우는 교육은 ‘사치’라고 여겨졌다.
라오스에는 베트남 전쟁 당시 뿌려져 지금도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뢰와 불발탄이 산재해 있어 그 제거가 급선무이고, 왜 씻는 게 중요한지와 같은 계몽 차원의 보건교육이 절실하다. 그러나 라오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키워주는 긴 안목의 교육 투자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라오스를 다녀온 뒤 그들의 착한 심성이 가슴 속에 각인되고 선한 미소가 잔상으로 남아 ‘라오스 앓이’가 시작됐다. 라오스 아이들에 대한 보살핌과 교육이 내게 큰 숙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는 설익은 온정이나 시혜 차원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구촌 어디든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라는 인류애적 나눔의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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