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백' 박중열 대표 "가방이 팔릴 때마다 우간다에 기부하죠"

입력 2017-06-06 18:23  

제품 품질 강조하는 사회적 기업 '제리백' 박중열 대표

우간다 아이 돕고자 가방업체 창업
SK 지원하는 MBA과정 참여하며 소비자 입장에 선 마케팅전략 눈 떠

"기부보다 제품 우수성 강조해야"



[ 임근호 기자 ]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다는 좋은 뜻이 있어도 결국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가방이 하나 팔릴 때마다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에게 ‘물통 가방’을 하나씩 기부하는 박중열 제리백 대표(사진)가 말했다. 2014년 회사를 창업한 그는 작년부터 ‘사회적 기업가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다니고 있다. SK그룹과 KAIST가 2013년 개설한 2년제 과정으로 SK가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처음 2년은 우간다 기부 활동을 소비자에게 적극 알렸습니다. 그런데 잘 통하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비정부기구(NGO)나 자선단체를 통해 그런 사진 또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접하다 보니 피로감이 쌓여 무감각해진 거죠.”

지금은 상품을 소개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박 대표는 “가볍고 튼튼한 가방, 디자인이 예쁜 가방이라는 것을 강조한 다음 마지막에 곁다리처럼 슬쩍 우간다 활동을 설명한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우간다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까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MBA를 다니면서부터는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리백은 자사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멀티숍에서 손으로 들 수 있고 등에 멜 수도 있는 가방을 판매한다. 가격은 대부분 5만4000원이다. 판매 대금 일부는 ‘원플러스백’이라는 기부용 물통 가방을 제작하는 데 쓰인다. 박 대표가 우간다에 처음 간 것은 2011년이었다. 핀란드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석사과정을 밟던 때였다. 조그만 아이들이 10㎏이 넘는 물통을 낑낑대며 나르고 있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멀리서 물을 떠 와야 했다.

“11세는 10㎏, 12~13세면 20㎏짜리를 날라요. 맨손이나 머리에 이고 하루평균 5회, 1시간30분을요. 주로 찻길로 다니는데 차에 치이거나 바퀴에 튄 파편에 맞아 죽는 아이도 있습니다. 길이 좁고 아스팔트가 깨진 부분이 많거든요.”

그때부터 제리백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우간다 사람들이 ‘제리캔’이라 부르는 노란 물통을 담는 안전하고 튼튼한 가방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박 대표는 2012년 우간다를 다시 찾아 5개월을 머물렀다. 현지인과 어울리고 이야기를 들으며 물통이 쏙 들어가면서도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가방을 만들어냈다. 이 가방을 보고 차가 속도를 줄여주기를 바랐다.

가방 생산은 대부분 한국에서 이뤄지지만 우간다에서도 일부를 제작한다. 단순 기부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도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박 대표는 “현지에서도 쉽게 가방을 제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기술력과 경험이 쌓이게 됐다”고 웃었다. 우간다에선 어깨끈을 늘였다 줄이는 ‘끈 조절기’를 구하기 힘들어 이를 매듭으로 가능하게 했다. 오히려 고장이 덜 나고 무게도 가벼워졌다는 설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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