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7년…불 꺼진 대학 연구실

입력 2017-06-06 18:42  

가격통제의 그늘

명문대 조교 월급까지 체불
'시장역행 정책'이 부른 참사



[ 박동휘 기자 ]
2011년 시작된 등록금 동결 정책이 대학가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재정 악화로 야간 연구가 중단되고 조교 월급이 밀리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국제경쟁력도 추락 중이다. 휴대폰 기본료 폐지, 전·월세 상한제 등 가격통제정책을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일부 지방대는 밤 10시도 되기 전에 연구실 불을 일제히 끄고 있다. 등록금이 7년째 동결된 탓에 연구실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 확보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인건비 대느라 연구비와 기계구입비를 매년 줄이고 있다는 게 대학들의 하소연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사실상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사립 명문대는 인공지능(AI)의 산실이어야 할 컴퓨터공학과에서 조교 월급을 체불할 정도로 재정 여건이 악화됐다.

기업을 비롯해 시장 요구가 높은 융·복합 교육 역시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필수적인 교수 충원부터 막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30개 대학의 전임교수는 최근 4년 새 6.5% 감소했다. 4차 산업혁명 경쟁은 ‘사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해진 대학교육에 기업들도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김영곤 교육부 대학지원관은 “주요 대기업에 산학협력을 요청했더니 한국 대학에선 배울 게 농업 분야 정도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인재를 길러내야 할 강의실도 ‘콩나물 교실’로 전락하고 있다. 김용석 서울시의회 의원은 “정부의 가격통제 정책에 순응한 서울시립대에 돈 덜 드는 대형 강의가 넘쳐나고 있다”며 등록금 동결정책을 비판했다.

한국이 뒤처지는 사이에 해외 대학들은 혁신과 창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을 이끈 핵심 인력은 미국 카네기멜론대(CMU)에서 배출됐다. 올초 구글이 인공지능 책임자로 영입한 페이페이 리는 스탠퍼드대 교수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디지털 혁신 국가로 변모해야 할 시점에 대학이 황폐해졌다는 게 비극”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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