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반값등록금' 의지
대학 등록금 7년째 동결·인하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은 2011년 정부가 반값등록금 정책을 공식화하면서 본격화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공약으로 등장한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라는 대학생들 요구가 분출한 데다 등록금이 가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는 반값등록금 논의를 대학구조개혁과 연계했다. 감사원은 전국 1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대학 등록금 책정 및 재정운용 실태’ 감사를 벌였다. 대학들의 뻥튀기 예산 책정, 자의적 예산 편성 등이 고액 등록금을 불렀다는 게 감사 결과였다. 당시에도 대학들은 자율성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으나 정부의 드라이브를 막지는 못했다.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는 대학들에 등록금 동결·인하를 압박했다. 등록금 총액을 묶고 국가장학금을 투입하면서 대학에 이중삼중 잠금장치를 걸었다.
우선 등록금을 직전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올릴 수 없도록 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했다. 또한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장학금 규모를 축소한 대학은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급 제외를 비롯해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7년째 등록금이 묶여 재정의 ‘실질적 인하’ 피해를 입은 대학들이 “법에 정해진 만큼이라도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 달라”고 탄원하는 이유다.
정부가 대규모 감사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힌 뒤 정책적으로 압박하면서 돈줄까지 막아 대학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셈이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대학의 재정구조상 피해는 불가피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집계한 4년제 사립대 전체 운영 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2015년 기준)은 62%에 달했다. 외부 기부금이나 기술이전 같은 산학협력 수입 등 다른 수입원 비중도 해외 대학에 비해 작은 편이다.
대학만의 탓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 수준인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부담률이 근본 원인으로 꼽혔다. 강낙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OECD 평균을 보면 고등교육 재정 부담은 정부가 7할, 민간이 3할인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정부가 3할, 민간이 7할”이라고 지적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도 “국내총생산(GDP)의 0.8%에 불과한 고등교육 예산을 OECD 평균인 1.2%까지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짚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기 내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까지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재원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단 이전 정부들도 수차례 이 공약을 내걸었지만 늘 후순위로 밀려 실현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 고등교육 예산 확대가 이뤄지면 반값등록금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현재의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은 가계 소득분위별로 차등 지급한다. 정부가 대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Ⅰ유형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부터 소득 2분위까지의 저소득층에 연간 520만 원, 소득 3분위에 390만 원을 지원한다. 여기까지는 올해 4년제대 연평균 등록금 668만8000원의 반액을 넘어 실제 반값등록금 효과를 내지만 4분위(286만 원)부터는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작년 초 “반값등록금이 완성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2011년 기준 등록금 총액 14조 원의 반값에 해당하는 7조 원을 충당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가장학금·근로장학금 3조9000억 원에 대학의 등록금 인하와 자구노력으로 3조1000억 원을 마련했다는 설명. 체감 차이는 컸다. 고지서에 찍힌 반값 금액을 기대했던 대학생들과 정부의 셈법이 달랐던 탓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실질적 반값등록금’의 경우 현행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의 틀을 유지하되 정부가 부담하는 국가장학금 예산을 증액키로 했다. 연간 3조6000억 원 규모인 국가장학금을 4조8000억 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저소득층부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단계적으로 다른 소득분위 학생에게도 실제 반값등록금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세수 추가징수 예상분, 세출 구조조정 등 재정개혁을 통한 재원 마련 구상을 밝혔다. 현재 등록금 총액 수준 유지를 전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더 이상의 등록금 동결은 어렵다”는 게 새 정부를 맞은 대학들 일성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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