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요직 맡아
다른 인물도 '하마평' 꾸준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 비슷한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
다시 힘 얻을지 관심
[ 심은지 기자 ]
노무현 정부 때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차별시정위)’에서 활동했던 핵심 멤버들이 잇따라 문재인 정부 요직에 발탁되면서 차별시정위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황덕순 고용노동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차별시정위가 당시 내세운 핵심과제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비슷한 만큼 앞으로의 인사에서도 당시 문제의식을 공유한 차별시정위 출신이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별시정위 인맥 ‘주목’
차별시정위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04년 출범했다. 설립 목표는 크게 △빈부격차 완화 △사회적 차별 시정 △주거복지 향상과 부동산시장 안정 등이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등 정부 위원 10명과 학계, 시민단체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됐다.
김 수석이 기획운영실장을 맡아 사실상 차별시정위를 주도했다. 당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던 황덕순 비서관도 민간 위원으로서 김 수석과 손발을 맞췄다. 정부 위원으로 차별시정위로 파견 나갔던 장신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에서 기획부단장을 맡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하마평’이 나오는 인물 중에서도 차별시정위 출신이 많다. 차기 고용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김 수석, 황 비서관과 함께 차별시정위에서 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사회분과 위원장을 맡은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차별시정위 위원 출신이다. 그는 기본소득제, 아동수당 등 ‘문재인표’ 복지 공약을 짠 주축으로 알려졌다.
차별시정위원장을 맡았던 이혜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과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숙진 한국여성재단 상임이사,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도 같은 인맥으로 분류된다.
◆EITC 등 정책도 빛 보나
차별시정위는 종합부동산세, 근로장려세제(EITC) 등 복지와 고용, 세제 등을 아우르는 정책을 도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성장·고용·복지가 함께 가는 ‘황금 삼각형(골든 트라이앵글)’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비슷한 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EITC 확대’도 차별시정위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EITC는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 세금 환급 형태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고용과 복지 문제를 세제 정책과 융합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EITC는 차별시정위의 논의를 바탕으로 2008년 도입됐지만 보수 정권 10년간 있으나 마나 한 정책이었다”며 “문 대통령이 수급 기준 완화를 통한 EITC 확대를 공약한 만큼 이번 정부에선 제대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여성·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금하는 차별금지법 제정도 당시 차별시정위를 중심으로 논의가 있었다. 이번 정부도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학력 차별금지법 등을 공약한 만큼 차별금지법 제정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차별시정위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고령자·여성 등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일치한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로 설치된 일자리위는 여성·청년·장애인·고령자 등의 단체 대표자를 민간 위원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일자리위 관계자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 위원 15명 중 9명을 여성, 고령자 등의 단체 대표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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